
법원, 일부만 유죄 인정…벌금형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곽부규 판사는 13일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기소된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56)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해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횡령한 8000여만원 중 은사의 병원 치료비와 선산 구입비용으로 사용한 2000만원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머지 6000여만원에 대해서는 임원들과 협의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된 점과 보관 관리를 다른 직원이 한 점, 상당부분의 비자금을 경조사비나 명절선물 등 회사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범죄사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공소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 사건은 회사 관계자들에 의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제기한 것"이라며 "정치권력에 의해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 무참히 짓밟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소사실이 전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공소사실을 다투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법정으로 출두해 피해를 보게 돼 검찰조사 내용만으로 공판을 진행했다"며 "더 이상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법원이 이런 부분을 인정해 공소사실 대부분이 기각해 다행이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2005년 9월부터 2008년 8월까지 회사 법인카드로 구입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거나 회계서류를 조작해 비자금 1억1500여만원을 조성, 이 중 8700여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주로 이 돈을 은사의 병원 치료비, 직원 회식비, 인사 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씨의 법률상 대리인을 맡은 최강욱 변호사는 "검찰이 '민간인 사찰' 사건 이후 또다시 김씨를 사찰, 삶과 인격을 파괴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수사의뢰한 내용의 확인여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다"며 "이는 단연코 흡집내기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며 공소장과 자료를 분석해 법정에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모두 고소하겠다"며 "검찰은 김씨에게 들였던 정성과 인력 등으로 수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를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은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