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단지 청약…대출 규제에 그림의 떡
채권입찰제 도입 목소리…주택기금 재원도
“대출 규제 결합시 구입 여력 저하 문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 이후 분양가상한제가 도리어 현금 부자들을 위한 ‘안전마진’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십억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분양가상한제 단지가 속속 청약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고가 아파트에 대한 계단식 대출 규제로 인해 일반 실수요자는 청약 도전의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10·15 대책 시행에 따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경우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아파트는 4억원,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2억원으로 대출 한도가 차감된다.
6·27 대출 규제로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고가 아파트는 가액대별로 대출 한도가 더욱 축소되는 셈이다.
한 예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의 경우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래미안 트리니원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237.5대 1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해당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전용면적 59㎡ 18억4900만원~21억3100만원, 전용 84㎡ 26억3700만원~27억4900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인근 신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지난 8월 71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찍었던 것을 고려하면 청약 당첨시 4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가 적용돼 사실상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차액을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조달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를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를 산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분양가 상승을 억제해 집값 과열을 방지하는 게 원래 취지였지만 대출 규제와 맞물려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만 청약 기회가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난 셈이다.
이에 따라 채권입찰제를 다시 도입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 채권입찰제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아 시세차익이 예상되면 이를 국민주택채권으로 사들이는 제도다.
과거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공공분양 때 초과이익을 환수해 공공개발 재원을 마련하는 용도로 활용됐다가 현재는 폐지된 상태다.
채권입찰제는 분양 이익의 일부를 공공으로 환수할 수 있고, 확보한 재원이 주택도시기금 재정난 완화에 보탬이 되는 데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채권입찰제를 도입하게 되면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는 만큼 현행 대출 규제 하에선 결국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제도란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일자 건설동향 브리핑에서 “과거 채권입찰제 도입 당시 사실상 분양가 인상과 비용 변동성 확대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며 “현행 DSR·LTV 등 수요자 금융규제와 결합될 경우 총취득비 상승 및 구입 여력 저하 우려가 커지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