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25~30% 리베이트로 받고 상급자도 지급
보험 지급 거절되자 의료기관 관계자 협박하기도
환자를 의료기관에 알선해 고가의 치료를 받게 하고 진료비 30%가량을 대가로 받은 다단계 알선조직 대표와 일당 등이 지난달 31일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2일 의료법(환자알선), 방문판매법(미등록 다단계판매), 형법(공갈) 등 위반 혐의로 50대 남성인 대표 김모씨, 40대 남성인 부사장 김모씨 등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알선조직 실무자 등 46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경기 과천에 홍보대행 명목의 본사를 두고 서울, 경기, 부산, 경남, 대구 등 전국 20개 의료기관에 환자를 알선한 후 환자가 결제한 137억원의 25~30%를 리베이트(사례비)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조사결과 알선조직 임직원들은 총 3586회에 걸쳐 주로 고령의 환자 3000여명을 알선하고 진료비 일부인 36억원을 수수했다. 이들은 줄기세포 치료, 백내장 등 다양한 진료를 알선했고, 환자들은 진료비 80~90%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을 청구해 치료부담이 적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등은 시·도지사에게 등록하지 않은 회사를 다단계 방식으로 운영했다. 실적점수에 따라 의전차량, 법인카드, 해외여행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상위직급으로 승진하는 체계를 갖췄다. 또 하위 직급에 회원을 모집하도록 교육하고 하급자가 알선에 성공하면 상급자에게 수당 지급하는 식이었다.
대표 김씨 등은 전직 보험설계사들로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실손보험에 가입된 고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주로 알선했다. 일부 환자는 직접 알선조직에 가입해 치료받거나 다른 환자를 소개해 상위직급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알선조직 관련자는 약 3000명이다. 이 범행으로 인해 병원 치료비가 과장될 여지가 있고, 보험사에 가입된 다른 이들의 수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들은 설명회를 열어 하위 직급자를 모집했고, 이 자리에서 의료기관 관계자가 병원 홍보 등을 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의 수사를 피하고자 알선조직과 의료기관은 외관상 합법적인 광고대행 또는 회원활인 협약을 체결한 것처럼 업무 협약서를 꾸몄다. 이를 이용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대가를 받기도 했다.
대표 김씨와 부사장 김씨는 지난해 12월께 보험사에서 일부 환자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의료기관 관계자 5명에게 '진료비를 반환하지 않으면 환자알선 행위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2129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는다.
또 이들은 지난 6월 수사가 시작되자 한 병원 관계자에게 '병원이 어떻게 될지 책임질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변호인 선임비용으로 1000~3000만원을 빌려달라는 취지로 협박했으나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한편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료기관 관계자 31명(의사 14명, 한의사 4명)도 검거됐다. 이들은 환자를 알선받고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현재도 계속 진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은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2팀장은 "지인 등을 의료기관에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며 "특정 의료기관에서 특정 치료를 받으면 실손보험 처리가 된다며 소개해 주는 경우 환자알선에 해당할 수 있으니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