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글로벌 경제를 직격(直擊)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발(發) 관세정책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전망한 3.3%에서 0.5%포인트가 낮아진 전망치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도 미국과 중국의 보복관세 등에 묻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IMF는 이날 미국발(發) ‘관세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가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라고 경고하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도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3개월 전인 지난 1월 전망치 2.0%에서 반 토막이 난 1%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IMF는 무역 갈등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고금리 등으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부족, 금융·외환 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을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IMF는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했다. IMF는 관세가 고금리에서 겨우 회복 중인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하며 각국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내리고 물가상승률은 크게 올렸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샤스(Pierre-Olivier Gourinchas)’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0년간 이어져 온 세계 경제 시스템이 리셋(Re-set │ 재편)되고 있다”라며, “미국의 연쇄적인 관세 부과로 발생한 혼란과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한다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자유무역 기반의 ‘브레턴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가 무너지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1945년 창설된 IMF는 자유무역 체제의 상징으로 꼽힌다. 미국 성장률 역시 정책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2.7%에서 1.8%로 0.9%포인트 대폭 내렸다. 멕시코는 1월 전망치에 비교해 무려 1.7%포인트 내린 -0.3%, 캐나다는 0.6%포인트 하향된 1.4%, 영국은 0.5%포인트 깎인 1.1%, 인도는 0.3%포인트 깎인 6.2%, 일본은 0.5%포인트 낮춘 0.6% 성장률을 전망했다. 중국 성장률도 0.6%포인트 낮춘 4.0%로 내다봤다. 그만큼 관세전쟁의 경제적 충격이 클 것을 경고해준다. 우리 경제로선 장기간의 내수 침체에 이어 수출 발(發) 경기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경기 대응에 나서야만 한다.
무엇보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한 것은 지난 20년간 평균인 3.7%에 견줘 매우 낮은 것이다. IMF는 세계 평균 관세율이 1930년대 대공황 이래로 1세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1세기 전과 달리 경제·금융의 통합 정도가 매우 높아지고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관세 인상의 파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은 성장률 하향 폭(1%포인트)이 매우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진국 그룹에선 가장 크며, 신흥 개도국까지 포함해도 멕시코에 이어 가장 크다. 정작 관세전쟁의 중심 국가들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8%, 4.0%로, 하향 폭은 0.9%포인트, 0.6%포인트다. 이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구조를 갖는 데다가 12·3 내란 사태가 경제주체들의 소비·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 세계무역기구(WTO)도 올해 세계 상품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3.0% 증가)보다 3.2%포인트 내린 수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재 일시 유예한 상호관세를 전면 재도입하는 경우에는 세계 상품무역 성장률은 0.6%포인트 추가 하락하고, 그에 따른 파급 효과로 또 추가로 0.8%포인트 감소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엔 최대 -1.5%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치를 내놓았다.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Ngozi Okonjo-Iweala)’ WTO 사무총장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이 가장 큰 우려”라며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분열을 초래해 양극화된 두 블록으로 세계가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관세전쟁이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7%의 역성장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한편 관세청이 지난 4월 21일 발표한 ‘25년 4월 1일 ~ 4월 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38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7억 4,500만 달러보다 5.2% 줄었다. ,올해 들어 연간(1. 1. ~ 4. 20.) 누적 수출액도 1.937억 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990억 5,000만 달러보다 2.7% 감소했다. 올해 들어 연간(1. 1. ~ 4. 20.) 누적 수출액도 1.937억 8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1,990억 5,000만 달러보다 2.7% 감소했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이 61억 8,200만 달러로 14.3% 급감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 압박이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달부터 미국이 25% 자동차 관세를 매기고, 모든 국가와 품목에 일괄적으로 붙는 10% 기본 관세도 부과하면서 미국으로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내수 침체 속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관세전쟁 초입부터 휘청이기 시작하면서 마이너스(-) 성장 공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경제성장률의 약 94%를 수출이 차지했을 만큼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다. 경제가 수출 외 바퀴로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4월 9일 발표한 ‘2024년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 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2.04% 가운데 수출 기여도는 1.93%포인트로 나타났다. 수출이 생산, 부가가치, 고용 유발 등에 크게 기여하면서 한국 전체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대폭 하향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한은은 2월에 제시한 성장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실토하며 지난 2월 말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1분기 성장 전망치를 석 달 만에 0.5%에서 0.2%로 낮췄는데, 두 달도 안 돼 다시 역성장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올해 연간 성장률도 2월에 예측한 1.5%를 크게 밑돌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이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는 상황이다. JP모건이 최근 1.2%에서 0.7%로 더 낮췄고, 리서치 전문기업 캐피털이코노믹스는 0.9%로 낮췄으며 씨티와 노무라도 1%대 턱걸이 수준인 1.2%를 제시하고 있다. 한은도 “4월 10일 현재 주요 40여 개 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는 1.1%”라고 소개했다.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이 생산 둔화로 먼저 나타나고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론 저성장 국면이 재정·금융정책만으로 타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소비, 투자, 정부, 순수출은 사실상 기업이 좌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투자와 수출은 원래가 기업 몫이고, 가계 소비와 정부 지출을 늘리는 소득과 세수 여력도 대부분 기업 활동과 일자리에서 나온다. 일회성 경기 부양 노력보다 구조개혁을 통해 각 경제주체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보강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고 기업인을 북돋는 방향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월급 빼곤 모두 오른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부담에 빚으로 빚을 막으며 연명하는 것마저도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저출생·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1%의 성장률도 위협하는 관세전쟁에서 한국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성장률 0%대’ 시대가 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가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지난 3월 영남권의 동시다발 대형 산불과 일부 건설 현장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내수·수출 모두 하방 압력이 커졌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상실과 소득 감소 등의 피해를 입을 가계, 그리고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을 기업에 대한 재정·금융 지원을 확대해야만 한다. 또한 내수 활성화와 수출선 다변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당연히 노동·연금 등의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 초격차 기술 개발, 고급 인재 양성에 가일층 속도를 내야만 한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마련한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만큼 실질적인 경기 대응책이 될 수 있도록 추경 규모의 증액을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수출 감소에 따른 성장률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내수 진작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한 수출 시장 다변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 등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 마련에도 국가적 역량을 총력 집주(集注)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