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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처리 앞두고 노사 각축전…“공포 마케팅” vs “산업 생태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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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처리 앞두고 노사 각축전…“공포 마케팅” vs “산업 생태계 붕괴”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8.1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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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21일 국회 본회의 상정 예고…“추가 협상 계획 없다”
경영계, 경총 중심으로 반대 여론전…외투기업들도 나서
노동계 “‘파업공화국’은 과도…극단적 다툼·갈등 줄어들 것”
고용장관 “시행 전까지 불확실성 해소하도록 최선 다할 것”
▲ 폭염 속 노조법 개정 촉구하는 노동자들. /뉴시스
▲ 폭염 속 노조법 개정 촉구하는 노동자들. /뉴시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이르면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법안 처리를 앞두고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18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1일 본회의에서 방송법과 노란봉투법을 순차적으로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세 번째 국회 문턱을 넘게 된다. 앞서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각각 한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사용하면서 입법은 무산됐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본회의를 통과한 안과 비교해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되고 손해배상 청구 제한 요건이 명확해졌다. 또 손해배상청구 시 책임비율을 따지는 기준과 면책조항 등도 추가됐다.

경영계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을 중심으로 법안 처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총은 지난달 28일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를 통과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을 강조해왔고, 제조업의 근간을 흔드는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 쟁의 개념 확대의 경우 현행법을 유지해 달라고 호소해왔다”며 “그럼에도 노란봉투법이 노동계 요구만 반영돼 통과된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외국 기업들도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성명을 통해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외투기업들은 노동 관련 규제로 인한 법적 리스크에 민감한데, 교섭 상대 노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도 “한국의 경영 환경과 투자 매력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유연한 노동 환경은 한국이 아태 지역 비즈니스 허브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핵심 요소이고 올해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무대인데, 이런 시점에 노란봉투법이 어떤 시그널을 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원청기업들을 상대로 쟁의 행위가 상시적으로 발생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처리 유예를 촉구한 상태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 반응에 “공포마케팅이 과도하다”고 비판하면서 빠른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업공화국’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하청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원청을 대상으로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사용자의 불법 행위 등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 다툼과 갈등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사용자들은 교섭을 회피하고 책임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로펌 등의 컨설팅을 받는 등 법을 피할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마주하고 교섭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노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법안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노란봉투법 개정을 명시했다.

주무부처 장관인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부터 “노란봉투법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고, 14일 ECCK와 암참을 차례로 방문해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현장 대화를 촉진하는 법이며 원·하청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며 “상시적인 소통 창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법안 시행까지) 6개월 준비기간 동안 보다 구체적인 매뉴얼 및 지침을 마련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예정한 대로 21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21일 본회의에서는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방문진법 개정안과 EBS 지배구조를 바꾸는 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이 먼저 상정된 뒤 노란봉투법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결이 가능하다. 또 법안마다 각각 24시간씩 적용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이 가장 먼저 상정되지 않으면 법안 처리는 더 지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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