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로 수출 여건 급격히 악화…기업 심리 위축”
소비 부진·고용 여건 불안 흐름…금융시장 변동성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대내외 수요 증가세가 축소됨에 따라 생산이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국제 통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현했다.
KDI는 지난 1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하방 위험 증대’라는 표현을 2년 만에 처음으로 사용한 뒤 4개월째 부정적인 경기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4월에는 “대외 여건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표현까지 추가해 부정적인 판단을 한층 강화했다.
3월 수출은 전월(0.7%)보다 높은 3.1%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그동안 높은 증가세를 보이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이 점차 조정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ICT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38.5%에서 4분기 27.5%, 올해 1분기 6.1%로 점차 축소되는 흐름이다. 또 ICT와 선박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3월 0.8% 감소했다.
KDI는 4월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출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대외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 경기도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지만 올해 설 연휴가 1월로 이동한 조업일수 증가 영향이 컸다. 건설업 생산의 경우 21.0% 감소하며 부진을 지속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5%에서 73.1%로 떨어졌다.
소비 부진도 지속됐다. 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3% 감소했다.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승용차 판매 반등으로 내구재(13.7%) 판매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준내구재(-6.8%)와 비내구재(-7.5%) 소비는 감소했다.
고용 여건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5000명 늘어 1월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폭을 유지했다. 다만 제조업(-7만4000명), 건설업(-16만7000명) 등에서는 취업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실업률은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다.
미국의 통상 정책에 대한 우려 등으로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됐다.
3월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2.9원으로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월 대비 2.0% 하락한 2481포인트(p)를 기록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2월 22.9에서 3월 25.4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