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증권, 다음은? 떨고 있는 금융업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말부터 은행을 시작으로 보험, 증권까지 조사의 칼날을 휘두르자 다음 대상은 어디가 될지 금융권 전반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올해 초 금융·통신의 공정시장 정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실 주문의 일환이란 분석과 당분간 금융권 일대 조사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5일 공정위 및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 전날 메리츠·KB·삼성·NH투자·키움 등 증권사 5곳과 금융투자협회를 조사한 바 있다.
업계 법무팀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해당 증권사가 국고채 입찰 참여 등에서 담합했는지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말부터 3월까지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등 은행 6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은행의 금리·수수료 담합 여부를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에는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와 손해보험협회 등을 조사했다. 보험사의 경우 백내장 보험금 지급 등과 관련해 손보사 사이 담합이 있었는지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정위의 담합 조사는 올해 초 대통령실 주문의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위에 금융·통신 분야 공정시장 정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금융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고 실효적인 경쟁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은행과 통신업에 대해 과점 형태란 점을 지적하며 경쟁 시스템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공정위가 다녀간 뒤 금융권 전반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공정위 특성 상 조사 이유를 예고하거나 조사 이후 에도 지침을 내지 않는 경우도 많아, 조사를 다녀간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합이 조사라는데, 명목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내부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총선을 앞두고 금융권을 잡기 위한 목적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최근 고금리에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뉴스는 나오고 정부에 대한 불만은 커져 가는데, 금융권 직원들은 고연봉을 받는다고 하니 금융권을 타깃으로 고강도 조사를 벌이는 것 아닌가 싶다”며 “정작 조사를 다녀간 공정위에서 따로 지침도 안 나왔다고 하니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금융감독원에서도 가만히 있는데 왜 공정위에서 더 난리인지 의문”, “총선 앞두고 실적 올리려는 공정위” 등의 볼멘소리도 터져 나온다.
그 다음 조사 대상은 어느 업권, 어느 회사가 될지 불안감도 감지된다. 카드와 캐피탈 등 여신업계와 자산운용 등 업계가 다음 조사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 너무 규모가 작아 여기까지 일 것이란 공방부터 당분간 어떤 담합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사는 계속될 것이란 의견 등까지 다양하다.
이에 공정위는 다른 업권보다 금융권의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 등은 전 국민이 전재산을 걸고 가입하는 상품이다 보니, 문제가 생길 시 피해가 크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문제가 적발 시 그 피해 규모도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번 금융권을 조사하면 나오는 비슷한 불만이 나오는 것 안다”며 “민생에 밀접히 연관된 데다 다른 분야보다 과징금 액수도 클 수밖에 없는 업권이다 보니 샅샅이 조사할 수밖에 없는 점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