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아플 때 의사나 약에 의존하지 말고, 인체의 자연 치유력에 맡기라고 주장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서양의학이 아닌 동양의학에서 주창해온 이론인데, 신기한 것은 요즘 이런 주장을 하는 의사 중에는 동양의학을 공부한 한의사 뿐만 아니라 서양의학을 전공한 (양)의사들도 있고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일종의 트렌드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어쩌면 전체 서양의학이나 (양)의사들에게는 반란 세력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란 세력은 집권 주류에게 어떤 존재인가. 당연히 척결되고, 진압돼야 할 대상이다. 당연히 의학계에서 왕따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딛고 용기를 내려면 역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제 치료사례가 있어야 한다.
반란 세력의 대표 격인 ‘약 없는 임상의사회’ 신우섭 회장(43·경기 의정부 오뚝이의원장)이 책을 펴냈다. ‘의사의 반란’이라는 도발적이면서 상징적인 제목을 달았다.
서울 태생으로 건국대 의대를 나온 저자는 현대 의학을 공부하며 수많은 질병들의 설명에 항상 따라붙는 ‘원인은 모른다’라는 말에 의구심을 품었다. 질병의 원인을 알면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정확한 원인을 설명해줄 수 있을 텐데 정작 많은 병명을 배우고 외우면서도 원인은 하나같이 모른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었다. 현대 의학의 불확실성과 한계에 실망한 그는 한때 가운을 벗어던지고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벤처 사업가로 나서기도 했다.
외도를 마치고 의사로 컴백했을 때 저자는 달라져 있었다. 의료 지식으로 환자의 질병을 단순히 치료하는 의료인의 길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을 짚어 환자가 근원적으로 건강해지는 법을 설파하는 힐러로서의 길을 택했다. 저자는 오랜 연구와 치료 경험을 통해 병의 원인이 음식에 있고,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결코 나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 생긴다는 사실들을 깨달으면서 몸의 자연치유 능력을 믿게 됐다.
저자는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다만 고치지 못하는 습관이 있을 뿐”이라며 “건강하려면 병원과 약을 버리라”고 잘라 말한다. 그리고 약보다 건강한 밥상을 처방한다. 의학은 극소수가 독점하는 지식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원인 없는 병은 없다’, ‘병을 부르는 잘못된 건강 상식’, ‘만병을 이기는 올바른 생활 습관’, ‘만성 염증성 질환을 극복한 사람들’, ‘흔히 겪는 증상들의 치유’,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등 6개장에 걸쳐 기존의 의학 상식, 그에 따른 생활 습관들을 정면 반박한다. 흔히 겪는 증상들의 치유병원과 약 없이 병을 이기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설파한다. 모든 주장에는 신 회장 스스로 치유에 성공한 사례들이 뒤따라 주장의 신뢰를 높인다.
저자를 필두로 한 의료계 반란 세력의 주장에 대해서는 의학계 안팎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옳은 것은 있다. 건강은 의사의 몫이 아니라 자신의 몫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 말이다. 294쪽, 1만4000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