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의 박달·석수 하수종말처리장 위탁사업은 온갖 '구정물'을 모아놓은 하수처럼 비리로 얼룩져 있던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공개경쟁입찰로 업체가 결정됐지만 이 과정에 시장 측근들이 줄줄이 개입하면서 공정성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27일 박달·석수 하수종말처리시설 위탁업체 선정 의혹의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시는 2011년 9월 하수종말처리장 위탁 업체로 강원 철원군에 있는 A업체를 선정했다.
이 업체는 다른 규모가 큰 업체 4곳과의 공개경쟁에서 압도적인 점수로 3년 동안 사업비 95억7000여 만원에 이르는 위탁권을 따냈다.
하지만 A업체를 선정하는 입찰 과정에서 공정성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A업체 대표 유모(53)씨는 공고가 나기 3개월 전인 2011년 5월 최대호 안양시장의 측근 김모(50)씨를 만나 자신의 업체가 선정되면 1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업체 선정은 심사위원이 누가 되느냐와 배점 기준 등에 따라 판가름나는데 이 모두 사전에 계획됐다. 유씨는 평소 관리하던 모 대학교수 등 29명의 명단을 김씨에게 넘겼고 이 명단은 최 시장의 또 다른 측근인 정무비서 김모(50)씨에게도 전달됐다.
시는 최종 심사위원단 7명을 꾸리기에 앞서 155명의 후보 명단을 작성했는데 이 안에 29명의 명단이 모두 포함됐다.
김 비서는 시장의 지시로 후보군 가운데서 29명이 포함된 30명의 예비심사위원을 직접 추천했고, 입찰에 참여한 업체 5곳이 탁구공 추첨방식으로 최종 심사위원 7명을 확정했다. A업체가 넘긴 명단의 인사들로 심사위원단이 채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심사위원단은 이후 진행된 심사에서 예정대로 A업체를 1위로 평가했다.
객관적인 자료로 평가하는 '사업수행능력'(20점)과 '입찰가격'(20점) 보다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사업수행계획'(60점)의 배점 비중을 높여 이런 결과가 가능했다.
A업체는 '사업수행능력'에서 3번째 평가를 받았고 '입찰가격'에서는 5개 업체 가운데 '꼴찌'를 했지만 '사업수행계획'에서는 다른 업체보다 무려 1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 종합 점수에서도 2위 업체와 10점 가까이 차이 났다.
검찰은 이날 입찰에 개입해 유씨로부터 4억원을 받은 김씨 등 최 시장 측근 2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유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성을 위해 공개경쟁입찰을 하는데, 이런 식으로 특정 업체와 유착된 심사위원이 평가하면 공정성은 원천 차단된다"며 "심사위원 선정 과정은 물론 객관적인 평가의 배점을 높이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