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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양반길 2코스 갈은구곡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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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양반길 2코스 갈은구곡을 걷다
  • 김지원기자
  • 승인 2013.03.24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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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곡(九曲)이란 게 그렇다.

자연 그대로의 계곡(溪谷)에 성리학자의 삶과 사상이 어우러진 산수문화의 공간이다.

아홉 개의 곡(曲)으로 이뤄졌다 해서 구곡이라 했던가.

구곡은 세 가지 자연 요소가 있다.

명경지수 같은 맑은 물이 그 하나이고, 기암(奇岩)이 또 하나이다.

나머지 하나가 소나무다.

거기에 고송(古松)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구곡의 이 세 가지 자연 요소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다.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

'고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이란 뜻으로, 충북 괴산군 칠성면 갈론리 갈은구곡(葛隱九曲) 가운데 7곡이다.

24일 고송유수재는 7년 전 찾았을 때와 다르지 않다.

하긴 수천·수만 년 전에도 이곳 고송유수재의 풍광은 이대로이지 않았겠나.

괴산수력발전소를 지나면서 갈론마을 어귀는 도로 확장·포장공사로 어수선하지만, 갈은구곡은 속세의 변화무쌍에도 꿈쩍하지 않는 곳 아닌가.

갈은구곡은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좁다란 계곡에 형성한 평범한 구곡인 듯하지만, 이만한 선계(仙界)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7곡 고송유수재 곁에는 8곡 칠학동천(七鶴洞天)과 9곡 선국암(仙局嵒)이 나란히 붙어있다.

일곱 마리의 학이 노닐고, 신선이 한가로이 바둑을 두는 그런 곳이다.

중국 남송의 유학자 주자(1130~1200)가 만년에 은거하며 설정한 중국 푸젠성(福建省) 무이구곡(武夷九曲)의 웅장함과는 전혀 다른 곳이 갈은구곡이다.

신선과 학이 자연과 벗 삼아 잡다하고 유한(有限)한 속세를 떠나 이상향에 머물고자 했음을 이해한다.

갈은구곡은 갈은동문(葛隱洞門)을 들어서면서 선계에 닿음을 실감한다.

선계에 들어서려니 지름이 족히 20㎝는 될 수십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고고한 자태로 속인(俗人)을 맞는다.

3곡 강선대(降僊臺)에 이르면 신선이 왜 이곳에 내려왔는지를 보여준다.

암벽에 세로로 새겨 놓은 한시가 선명하다.

황당하다고 해야 할까. 진짜라고 해야 할까/ 이 세상에 신선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되리오/ 참으로 이상도 하지,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은/ 가슴 속 상쾌해져 절로 속된 마음 사라진다네. (이상주 중원대 겸임교수 역)

이 교수는 "강선대에 오면 신선의 존재를 실감한다. 가슴 속이 상쾌해져 속기(俗氣)가 싹 가시는 데 이런 경지가 신선이 누릴 수 있는 경지"라고 설명했다.

갈은구곡은 9개의 곡마다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 등 다양한 서체로 한시를 암각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가 본뜬 중국 무이구곡이 9개의 곡마다 한시를 새겨 놓은 것처럼 갈은구곡 역시 한시로 구곡을 설명하고 있다.

구곡 암벽에 한시를 음각한 곳은 국내에서 갈은구곡이 유일하다.

다양한 서체로 암각한 사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특이한 한자 서체를 연구할 수 있는 보기 드문 희귀한 문화유적이다.

아쉬움도 있다.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갈은구곡에 한시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없다.

경북 성주군은 무흘구곡에 설치한 안내판에 한시 원문과 이를 번역한 한글을 실어 관광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갈은구곡은 강선대에 이어 구슬 같은 물방울이 흐르는 절벽(玉溜壁), 비단 병풍처럼 둘러싼 암벽(錦屛), 거북 모양 바위(龜嵒)를 지나 고송유수재에 닿는다.

신선이 강선대에 내려와 선국암에서 자연과 벗 삼아 한가로이 바둑을 두는 곳, 그곳이 갈은구곡이다.

갈은구곡은 괴산군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또 하나의 명품 길 '충청도양반길'의 주요 코스다.

충청도양반길은 전국 명소인 산막이옛길에서 시작해 갈은구곡~화양구곡~선유구곡~쌍곡구곡을 잇는 9개 코스 85㎞이다.

1코스인 산막이옛길과 2코스인 갈은구곡, 3코스 일부 구간까지 25㎞를 조성하고 30일 정식 개장한다.

갈은권역 비학봉마을은 이날 걷기대회와 가요제를 열어 충청도양반길 개장을 축하한다.

충청도양반길 1코스는 산막이옛길, 2코스는 산막이옛길~갈론마을 입구~갈은구곡~옥녀봉~사기막리, 2-1코스는 갈론마을 입구(출렁다리)~운교리~청천 덕평~용세골 입구, 3코스는 사기막~용추폭포~용세골 입구~후영리다.

4코스는 후영리~이평, 5코스는 이평~왕소나무, 6코스는 왕소나무~선유동 입구, 7코스는 선유동 입구~중관평, 8코스는 중관평~내쌍마을, 9코스는 내쌍마을~산막이옛길이다.

      괴산 충청도양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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