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에 성형외과 광고가 너무 많아요. S라인 없으면 못 다니나요."
4년 전 홍콩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에스미 찬(28·여)은 지하철 차량 내부에 붙은 성형외과 광고를 보며 "차량 내부와 역사 곳곳에 이런 광고가 붙어 있는 건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와 함께 지하철에 오른 타일러(25·미국) 또한 "얼굴 합성한 것 같은 사진들로 만들어진 성형외과 광고를 지하철에서 안 봤으면 한다"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하루 평균 68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의 지하철은 광고 과잉상태다. 1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차량 안은 출입문 옆 액자형 광고와 선반 위 모서리 광고 등 다양한 크기의 광고가 넘쳐흘렀다.
수익사업의 하나로 운영기관에서 분양한 광고판에는 '회생/파산', 'ㅇㅇ슬림외과', '연금복권', 'ㅇㅇ성형외과', '결혼 정보 업체' 등 각양각색의 광고 50여개가 차량 내부를 도배하고 있었다.
차량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는 비상시 대피요령 안내방송이 잠시 나오는가 싶더니 지방흡입술과 화장품, 영화과 어학원 등을 선전하는 영상 광고가 더 연이어 흘러나왔다.
모니터를 쳐다보던 타일러는 "지방흡입술이 부작용이 없지 않다고 들었는데 지방덩어리로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어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광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에스미 찬은 "홍콩에서는 지하철 차량 내부에 광고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역사에 하는 광고도 인쇄 광고만 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고 거들었다.
"ㅇㅇ어학원은 10번 출구에 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내린 2호선 강남역 역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승객 안전을 위해 승강장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또 다른 수익창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 역의 승강장 스크린도어에는 문이 열리는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곳에 광고물이 설치돼 있었다. 조명으로 밝힌 광고판은 지나치게 밝았다. 윗부분에 매달린 TV는 불안해 보였다.
승강장과 연결된 9호선 환승통로 입구에 세워진 대형 광고기둥 8개는 눈의 피로와 함께 승강장의 혼잡함도 가중시켰다.
이렇게 많은 광고의 공익성과 효과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타일러는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뉴욕을 찍은 사진 밑에 시카고라고 소개한 여행사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틀린 정보가 공공장소에 붙어있는 모습에 다른 광고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에스미 찬은 "공공장소인 지하철에 공익광고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지하철을 이용할 때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사를 돌아본 뒤 다시 지하철을 탔다. 'ㅇㅇ어학원'에 승객을 내려준 그 열차는 'ㅇㅇ성형외과'를 향해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