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진과 제약업체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 사례가 연일 언론에 알려지자 일부 병원에선 '동물과 영업사원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내걸 정도로 제약 영업직 사원들을 향해 인격적 모독과 냉대를 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사회적 금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아래 제약사 영업사원들 가운데에선 "시장에서 불필요한 직업군이라면 아예 사라지도록 하라"며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다.
외국계 제약사의 한 영업사원은 "가족이나 지인들까지 영업사원을 모두 '부정한 집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참기 힘들다"며 "어떤 병원에서는 출입문에 '동물과 영업사원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여 놨는데, 그걸 보면서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청년실업으로 취업의 문이 한없이 좁아진 상황에서 제약사 영업직은, 청년들에게 너무나도 고마운 '접근가능한 직업'이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부문 영업사원은 2010년 기준으로 줄잡아 2만5000여명.
하지만 최근 리베이트 사태가 불거진 이후로는 신규 영업사원의 지원율이 크게 감소했다.
A제약사는 최근 30여명의 영업사원을 신규 채용했는데, 예전 5대1 수준의 평균 경쟁률이 3대1로 감소했다. 최근 50여명의 영업사원을 신규 채용한 D사 역시, 경쟁률이 2대1에 그쳤다.
제약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리베이트 사태는 업체 난립으로 인한 과도한 경쟁환경, 수요처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요구압박, 오랜 관행으로 인한 도덕불감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도 "하지만 일방적으로 제약사 영업직을 마치 '예비 범죄자'보듯 하는 사회의 시선은 반성보다 반감을 더 일으킨다"고 토로했다.
부서 이동이나 전직을 고려하는 제약 영업사원들도 쉽사리 눈에 띈다.
중견 제약업체에서 영업직으로 3년간 근무한 L씨는 최근 리베이트 사태 이후 내근직으로 보직 이동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약대 출신으로 외국계 제약사에서 2년간 근무한 K씨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해 최근 대학병원 약제과로 자리를 옮겼다.
제약업 관계자는 "영업 현장을 뛰는 사원 중에는 약대 출신들도 있고 자존심이 강한 친구들이 많다"며 "영업사원은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데 실적을 쌓기도 어렵고 사회적 시선도 부담스러워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최근 "진료의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방문을 정중히 사양하오니 양해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 4만부를 제작해 전국의 병·의원에 보냈다.
"우리가 진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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