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5시부터 택시업계가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크지 않았으며 우려됐던 수도권 출근길 대란은 없었다.
이날 평소 각 지하철 역 앞마다 길게 늘어서 있던 택시들로 붐비던 택시 승강장 주변은 썰렁했다. 택시 파업 소식을 미리 접한 시민들은 큰 불편이 없었지만 이를 모르던 일부 시민들은 택시를 기다리기도 했다.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박모(30)씨는 "택시 파업 한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지각을 할 것 같아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를 타러 가야겠다"며 발길을 서둘렀다.
이날 지하철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우려했던 출퇴근 교통대란은 없었던 셈이다. 직장인 최모(28·여)씨는 "평소 지하철로 출퇴근해 출근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다만 급하게 이동할 일이 생기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는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등 택시 운행 많아 "평소와 같다"
강남일대 등에서는 오히려 운행중인 택시가 많이 눈에 띄었다. 운행중단 참여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오전 6시40분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 30분간 수십여대의 택시가 승객을 실어날었다. 신사중학교앞 버스정류장 앞에는 어김없이 택시 2~3대가 대기하며 승객을 기다렸다. 자동차와 버스, 택시로 붐비는 신사사거리 인근도 평상시보다는 택시 수가 감소했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로수길 일대에서 6개월간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종진(68)씨는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가로수길 일대를 청소했는데 택시가 감소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평상시와 별반 다를바 없는 출근길이었다"고 했다.
건대입구역에서 시청역까지 지하철로 출근하는 임태훈(51.회사원)씨는 "평소와 비슷하게 지하철을 탔는데 평소와 별로 차이가 없었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택시 파업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 때 술 약속이 있는데 택시가 다니지 않으면 불편할 것 같기는 하다"며 "오늘은 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출근길을 서두르던 김모(48)씨도 "나오던 시간에 나왔다"며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6·여)씨도 "출퇴근 시간에 택시 없다고 불편하지 않을것"이라며 "출퇴근하면서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나"고 되물었다.
서울시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증차하며 시민들은 출근길 불편이 없는 모양새였다. 배차시간이 늦게는 10분이었던 472번 버스는 이날 출근길 5분 안팎으로 속속 도착했다. 평소같으면 빈자리가 없어야 하지만 이날은 10여명의 승객만이 자리를 채웠다
30여년간 버스기사로 일해 온 이갑우(59)씨는 "서울시의 증차 효과가 있어 시민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며 "총 승객수는 조금 늘었지만 출근길 버스를 늘려 한대당 승객수로 따지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2호선 부역장 이병철씨도 "평소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며 "아직까지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들 "승차거부 반감크다…택시회사가 느껴야"
오히려 일부 시민들은 이같은 택시의 운행 중단을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평소 승차거부 등으로 인해 택시업계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사동에서 명동으로 출퇴근하는 증권맨 김영재(43)씨는 "평소 출퇴근은 버스로 하고 버스가 끊기는 심야시간대에만 택시를 이용한다"면서 "택시가 오늘 운행을 중단한다고 했지만 별 우려는 없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서민들은 택시를 잘 타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승차거부 등으로 택시에 대해 느끼는 반감이 크다. 택시회사도 느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택시 문제의 본질은 구조적으로 택시가 너무 많은 것"이라며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 기름 값의 세금을 줄이는 등의 지원을 줘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이른바 ‘야간 개인택시’ 영업을 하는 김영호(45)씨는 "운행중단 취지에 별로 공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운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무리 우리가 주장하는 게 있어도 시민들의 출근할 권리, 밤 늦게 택시를 이용할 권리까지 막으면서 땡깡을 부리듯이 파업을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는 것을 지켜보고 파업을 하더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시내에 택시가 7만3000대 정도인데 야간택시가 3000대정도 된다. 이 택시들만 출근시간 시내에 집중돼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며 "회사 택시들은 강제로 배차하는 경우도 있어서 오전까지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중부권(강원·대전·충남·충북·세종) 택시 15만3246대 중 20.7%인 3만1739대가 운행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