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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연말에 두려운 세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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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연말에 두려운 세가지는…
  • 이재우 기자
  • 승인 2012.12.0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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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남지 않은 한해를 정리하느라 모든 이들이 분주한 가운데 직장인들을 걱정에 빠지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연말이면 더 기승을 부리는 택시 승차거부와 술만 퍼 붓는 송년모임, 신입사원에게는 곤욕 그자체인 장기자랑 등이다.

◇연말이면 더 심해지는 택시 승차거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직장인 최모(34)씨는 지난 7일 새벽 1시께 송년회가 끝난 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근처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다 1시간가량을 추위에 떨어야 했다. 멈춰선 택시는 많았지만 최씨가 목적지를 말하자 택시 10여대가 '예약차'라면서 가버렸다.

최씨는 "택시기사가 창문만 내리고 목적지를 묻더니 예약차라고 가버리더라"며 "상계동까지 가면 나올 때 빈차로 나와야하니 그런 것 같다. 한두번 겪은 일은 아니지만 연말이 되니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투덜거렸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52)씨는 지난 5일 새벽 하차를 요구하는 택시기사와 몸싸움을 했다.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에서 고교 동창들과 연말 모임을 한 후 택시를 타려고 했지만 '광명 가자'는 말에 택시들은 속도를 높여 떠났다.

화가 난 이씨는 목적지를 말하지 않고 우선 택시에 올라타 목적지를 말했다. 기사는 "서울 택시니 광명 택시를 타라"며 하차를 요구했고 이씨는 "지금 이 시간에 어떻게 광명택시를 찾나. 탔으니 가자"고 거부했다.

기사는 차에서 나와 하차를 거듭 채근했고 이씨는 "승차거부로 신고하겠다"면서 강하게 항의했다.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던 이씨는 '빈차로 나와야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추가금을 다주고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이씨는 "추운데 술까지 취해 정신이 없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으니 화가 너무 나 일부러 버텼다"면서 "기사 사정을 들으니 기사 개인 탓도 아니더라. 매년 되풀이되는 승차거부를 막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각종 송년모임이 많아지면서 심야 시간대 강남역, 홍대입구, 종각 등 번화가에서는 택시를 못 잡아 발을 동동거리는 시민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서울시가 심야전용택시를 공급하고 대대적인 승차거부 단속에 나섰지만 체감효과는 미미해 시민의 불만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술 퍼 붓는 송년모임

직장인 허모(35)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숙취해소제 한 상자를 샀다. 연말이라 술자리가 늘어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맥주 한잔에도 취하는 허씨는 술자리에 앞서 숙취해소제를 한병 마시는 것으로 건강을 지켜보려 하지만 끊임없이 도는 술잔 앞에 매번 무장해제가 되곤 한다.

허씨는 "연말이면 송년 모임이 줄을 잇는다. 인맥 관리 차원에서라도 안 나갈 수가 없는데 대부분 술이랑 원한이 있는 것처럼 술을 돌린다"면서 "술을 버리다 걸리면 분위기도 싸해지고 술 버리는 방법도 인터넷에 공유돼 감시도 심해 실행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모(30)씨네 회사는 올해 영화관 송년회를 했다. '술만 먹는 송년회는 피하고 건설적인 시간을 보내자'는 사내 의견에 따른 것인데 이씨는 "결과적으로 귀가시간만 늦어지고 술은 더 많이 마셨다"고 씁쓸해했다.

이씨는 오후 업무를 끝낸 후 부원들과 회사 인근에서 식사와 함께 반주를 한 후 영화를 봤다. 오후 10시께 영화가 끝난 후 인근 술집에서 영화평을 안주 삼아 간단히 한잔을 한다는 것이 2차~3차로 이어졌고 만취된 후에야 택시를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술을 안 먹겠다고 만든 자리인데 결국 더 많이 마시게 돼 내년부터는 평소대로 하기로 했다"면서 "술이 아니더라도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빈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대부분은 12월은 모임 약속이 평소보다 2~3배 정도 많다. 잦은 음주로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1일 음주시 3일 이상 휴식기를 갖는 게 좋다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억지춘향식 신입사원 장기자랑

중견기업 신입사원 성모(28)씨는 한달전부터 퇴근 후 동기들과 사내 송년모임 장기자랑 때 할 춤과 콩트를 준비 하느라 개인시간을 포기했다. 공식적으로 사내 누구도 성씨 등에게 장기자랑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바로 윗 기수 선배가 동기간사인 성씨에게 던지고 간 '기대 많이 하고 있어'란 한 마디를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 한달간 점심시간 때 콩트 대본을 만들고 퇴근 후 콩트와 춤을 연습했다. 자괴감도 들었지만 한마디 던지고 간 선배도 똑같이 장기자랑을 했다는 사실에 잊기로 했다.

성씨는 "입사 첫해 평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업무능력은 물론이고 친화력도 중요하다"면서 "송년 회식때 분위기를 망쳐서 뒷말이 나오는 것 보다 조금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잘 했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 몸치고 여자친구에게도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다 잊기로 했다"고 씁쓸히 웃었다.

신입사원에게 사내 송년모임은 고역스러운 자리다. 억지 춘향식으로 장기자랑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연말 장기자랑은 소속감을 높인다는 의도에서 이뤄지지만 그 역할은 대부분 신입사원에게 주어진다.

실제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숫기가 없는데 어떻게 하나요. 멘붕(당혹스럽다는 신조어)입니다. 윗사람이 좋아하는 춤과 노래를 골라주세요' 등 장기자랑 관련 고민을 털어놓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개인비용을 들여 사설 교습소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많다.

한 포털에 댄스 교습 광고를 올린 댄스학원 관계자는 "연말이면 교습 문의가 3~4배 증가한다. 대부분 송년회 모임때 출 춤을 가르쳐 달라는 전화다"면서 "올해 10팀 정도 교습을 했는데 신입사원인 팀들이 대부분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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