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종종 경제정책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외국과의 경쟁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나 우리는 왜 실패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문제들의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최소한 300년 동안 쉽게 따는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사회경제적 제도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과일은 대부분 사라졌다."
금융위기와 세계적 경제침체 원인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 '거대한 침체'다. '거대한 침체'가 발생하는 원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고, 금융위기의 원인 또한 '사람들이 실제보다 부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가 퍼뜨린 금융계의 탐욕과 무절제, 이에 따른 소득 불균형을 들먹이는 학자들과는 다른 시각이다.
경제성장이 멈춘 이유를 수백 년 간 향유한 '쉽게 따는 과일'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쉽게 따는 과일은 광활한 토지, 혁신적인 신기술, 교육시스템으로 요약된다. 한국에는 선진국의 기술과 제도를 도입해서 따라하는 '성장 따라잡기'라는 과일이 있다. 널려있는 땅과 천연자원, 전기·전등·자동차 등 혁신적 신기술, 교육시스템의 발전은 이전만큼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세계의 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던 쉽게 따는 과일은 이미 사라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는 과거와 같이 성장할 것으로 믿고 빚을 내 집을 사고 투자를 하지만 경제의 성장은 제한적이다.
실질소득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수십 년에 걸쳐 소득이 배씩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수십 년 동안 소득이 약간 증가했을 뿐이다. 국내총생산(GDP)은 계속 증가했지만 실질소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경제성장의 지표로 삼는 GDP가 왜곡되고 있었기 때문에 성장이 멈추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짚는다. GDP를 왜곡하는 요인으로는 정부지출, 의료서비스, 교육비를 든다.
"지난 40년 동안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것을 기대했다.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근저에는 이런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한계를 인정하지 못한 정부는 국민들의 기대치를 너무 높였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비단 미국 정부에게 하는 말 만은 아니다. 타일러 코웬 지음, 송경현 옮김, 159쪽, 1만2000원, 한빛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