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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을 파탄 내는 ‘전세 사기' 신속 구제, ‘희망 고문’ 그쳐 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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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을 파탄 내는 ‘전세 사기' 신속 구제, ‘희망 고문’ 그쳐 선 안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7.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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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7월 18일 소액임차인에 대한 우선변제 기준을 변경해 ‘전세 사기’ 피해자를 추가로 구제하는 내용을 포함한 ‘전세 사기 피해 지원 대책’을 신속추진과제로 확정하고 서둘러 반영해줄 것을 대통령실에 제안했다. 소액임차인 기준을 손질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 절차를 단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되었지만, 보완이 시급하다. 피해 인정 절차가 까다롭고,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보증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르면 다음 달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빠른 피해 구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소액임차인이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시점을 ‘담보물권 취득 시점’에서 ‘임대차계약 시점’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공동 담보가 많은 다세대 주택은 LH가 매입해도 최우선 변제금이 없으면 피해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환영할 일이다. 이날 국정기획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간담회를 진행한 후 ▷소액임차인의 최우선 변제권 구제, ▷피해자 주택 신속 매입, ▷신탁 사기 피해자 신속 구제로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를 받을 소액임차인 판단 기준 시점을 ‘담보물권 취득 시점’에서 ‘임대차계약 시점’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임대차계약 시 법령에 따라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는 줄 알았으나 담보물권 취득 시 법령에 따라 소액임차인 인정을 받지 못해 최우선 변제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정기획분과장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소액임차인 판단 기준 시점을 변경하면 피해자 약 2,000명이 최소한의 금액은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소액임차인 판단 기준 시점 변경만으로 2,000명 정도 구제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서둘러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안한 법원과의 경매·공매 속행 협의도 의미가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피해주택 매입을 신속 추진하는 내용도 제안했다. 각 지방법원의 피해주택 경·공매 속행 협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건축법」을 위반한 피해주택의 매입 기간을 기존 7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게 골자다. 

경매·공매 절차가 길어지면 피해자 구제도 그만큼 늦어지고,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 자금이 은행 등 채권자에게 새나갈 가능성도 크다. 피해자 인정 절차도 투명하게 해야만 한다. 피해자들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도록 담당 인력도 배치하고 창구도 확충해야만 한다. 수사 인력 부족으로 전세 사기 혐의 입증이 지연되는 문제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신탁사기 피해자의 신속 구제를 위해 권리관계 실태조사를 8~9월 중 즉시 착수하고, 신탁사가 토지주택공사에 피해주택 매각을 우선 협의하도록 하는 절차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피해자 결정 신청이 부결되면 신청인을 대상으로 심의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는 등 피해자 심의 과정에 투명성을 높이는 개선안도 내놨다.

‘전세 사기’는 그야말로 민생 범죄이자 사회적 참사 그 자체다. 지난 2~3년 서울·인천·부산·대구 등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전 재산을 날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었다. 수사기관이 ‘범죄단체조직죄’로 의율(擬律)할 정도로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주택·금융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정부의 감독 부실 책임 또한 크다. 무엇보다 ‘전세 사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일상의 삶이 파탄 나고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집주인이 잠적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단전·누수·악취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된 경우도 파다(播多)하다. 특히나 ‘전세 사기’는 저소득층의 주거 복지도 약화(弱化)했다. 전세를 회피하는 수요가 월세로 대거 몰리면서 서울은 원룸 등 소형 오피스텔·빌라의 월세가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날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신속 구제를 천명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로 환영받아 마땅하다. 정부와 국회는 국정기획위원회의 이번‘전세 사기 피해 지원 대책’이 ‘희망 고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 등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이렇듯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 마련을 ‘신속 추진과제’로 선정할 것을 제안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번 주부터 전국 피해주택에 설정된 선 순위 채권 현황 조사를 시작한다. 이는 해당 채권을 일괄 매입해 권리관계를 정리하려는 ‘전세 사기 배드뱅크(Bad bank │ 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 설립을 위한 사전 조치 성격이 짙다. 지난 7월 20일 금융당국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전세 사기’ 피해주택의 선 순위 채권 현황과 매입 가능 규모를 본격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전세 사기 배드뱅크’를 통한 일괄 구제 조치가 가능한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전세 사기’ 피해주택 상당수는 이미 금융회사가 근저당을 설정한 상태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 등 채무를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선 순위 담보권을 행사해 경·공매를 실행하고,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집을 비워줘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한다. 

그러나 배드뱅크의 채권 일괄 매입으로 선 순위 채권자가 민간 금융회사 등에서 공공기관으로 바뀔 경우, 보증금 회수 비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명도소송 등 강제 퇴거 부담도 줄일 수 있어 피해자 구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협의·경매 등으로 피해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매입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까지 LH가 매입한 주택은 1043호에 불과해 3만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 수에 비교하여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세 사기’ 피해주택 중 상당수는 대부업체 등 부실채권(NPL) 매입 기관이 선 순위 채권을 보유 중인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세 사기’ 배드뱅크를 설립할 경우 설치 기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캠코는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의 실무 운영 기관으로, 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 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역할도 한다. 아무쪼록 서둘러 배드뱅크를 설립하여 ‘전세 사기’ 피해주택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줘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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