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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윤지, 더킹투하츠 전후로 구분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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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윤지, 더킹투하츠 전후로 구분될 그녀
  • 이예슬 기자
  • 승인 2012.06.08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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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공주야? 공주 전문배우 하려나?'

탤런트 이윤지(28)가 MBC TV 수목드라마 '더 킹 투 하츠'에 공주 '이재신'으로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렇게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드라마 방송 전 인물소개, 즉 '왕실의 막내딸로 태어나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란, 예쁘고 지적이며 세련되고 자유분방한 공주' 때문이다. 6년 전 MBC TV 드라마 '궁'에서 연기한 세계를 돌아다니는 당찬 공주 '혜명'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고들 짐작했다.

드라마 시작 전 '더킹투하츠'에 쏠린 관심은 오롯이 하지원(34)과 이승기(25)를 향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중반을 향하면서 시청자들은 또 다른 커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정석(32)이 맡은 '은시경'과 이윤지가 연기한 이재신을 칭하는 '은신 커플'이다. 사랑받고 자란 왕실의 막내딸에서 오빠의 죽음에 연루된 비운의 공주로 전락한 재신,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육사출신 엘리트 군인에서 아버지의 실수로 인해 위축된 시경의 은근한 사랑은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실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많이 힘들었어요. 그냥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닌데 뒤에 벌어질 이야기들을 할 수 없었으니까요. 인물 설명에도 '예쁨받고 자란 막내딸'이라고만 설정이 돼 있어서 이것만 가지고는 캐릭터를 설명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은신커플'의 슬픈 이야기를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저로서는 곤욕이었죠."

그래도 극이 전개될수록 재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이윤지는 신이 났다. "지켜봐주시는 눈들이 변하는걸 보면서 행복했어요.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몇 페이지가 넘어가더라고요."

드라마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은 재신이었다.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돼 휠체어 생활을 하고 사고 당시의 기억을 잃었다가 최면을 통해 자신이 직접 벽난로에 목탄가루를 뿌려 그 연기로 큰오빠가 질식사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사랑하는 시경은 마지막 고백을 담은 녹화 테이프를 남긴 채 죽음을 맞이했다.

"출연 장면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니어서 밤샘촬영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재신의 상황이 너무 슬퍼서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구요. 녹화 테이프를 보는 장면을 촬영할 때 가장 많이 힘들었고 슬펐어요. 정석 오빠도 아마 그 신을 꼽지 않을까 싶어요. 통곡했던 제 앞에서 웃어야 하는 장면이잖아요. 연기를 끝내고도 눈물이 안 멈춰서 오빠를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죠."

이윤지는 조정석을 이야기하고 은시경을 추억했다. 아직 은시경과 안타까운 사랑을 한 이재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눈치다. "앞으로 은시경을 못 본다는 게 가장 아쉬워요. 휠체어 옆에 서서 재신을 내려다보며 '저 여자를 지켜줘야지' 하는 눈빛은 평생 다시 느껴보지 못할 것 같아요. 재신과도 '헤어질 준비가 안됐는데'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끝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섭섭하더라고요. 다음날 아침에 운전을 하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어요. 재신과 시경이 같이 있던 장면이 생각나면서 너무 보고싶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털어냈다. "영화에서의 '납뜩이'와 드라마에서의 '은시경'이 판이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죠. 그래서 일부러 드라마 끝나기 전에는 '건축학개론'을 안 봤어요. 마지막 방송 이후에 영화를 봤는데 정말 확 깨더라고요. '조정석은 정말 배우구나' 느꼈어요. 이재신에서 이윤지의 일상으로 돌아오기 한결 쉬워졌죠."

이윤지는 하반신 마비를 연기해야 했다. 신체적 장애를 표현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감정 연기는 그날 그날 다를 수 있지만 하반신 마비라는 신체적 불편을 표현하는 것은 바뀔 수 없는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잖아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홍진아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만화 '리얼'을 참고해 연기했어요."

2003년 MBC TV 시트콤 '논스톱 4'로 데뷔한 이윤지는 연기 생활 10년이 됐지만 명실상부한 대표작은 없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강렬하고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이윤지의 필모그래피에 당당하게 '더킹투하츠'가 자리잡게 됐다.

"오래지 않아 새로운 연기를 하고 싶어요. 탄력을 받기도 했고 이번에 연기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려구요. 관객 반응이 제가 생각했던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무섭더라도 전면에 나서 부딪혀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연기라는 것이 골방에서 혼자서 연습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매력있는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이때, 다음 작품에 조바심을 낼 만도 하다. 연기에 재미를 붙이고 한껏 고무된 그녀에게 칭찬과 응원의 박수를 보냄직하다. 더욱 신명나게 춤 출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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