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앞둔 부처는 ‘열공’ 중…”수치·통계 등 살펴”
李, 질책·칭찬 병행하며 ‘공직 기강 잡기’ 평가도
지난주부터 시작된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가 이번 주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공직사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2·3 비상계엄 가담 공무원 조사와 일부 부처의 장·차관 면직 및 사퇴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사상 첫 생중계 속에서 대통령의 ‘송곳 질문’에 대비해 어느 때보다 업무보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나머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19부·5처·18청·7위원회를 포함한 228개 공공기관이 대상이며, 각 부처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 등 실무자도 참석한다. 통상 업무보고는 연초에 이뤄지지만, 새 정부 업무보고는 이례적으로 연말에 잡혔다.
일단 ‘선발대’로 업무보고를 마친 부처들 사이에서는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업무보고였던 데다 어떤 식으로 보고가 진행되는지 다른 부처의 형식도 참고할 수 없어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들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보고서를 꼼꼼히 살피고 질문할 내용을 체크한 뒤 장·차관뿐 아니라 외청, 산하 기관장, 실·국장들을 향해 날카롭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특히 외교·안보 등 민감한 사안을 제외한 모든 업무보고 과정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생중계로 진행되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업무보고가 녹화 방송되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 때 경제 부처에 한해 생중계된 적은 있지만, 모든 부처에 대한 생중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 운영 방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주 업무보고를 앞둔 부처들은 보고를 마친 다른 부처들의 생중계 영상을 참고하며 ‘열공 모드’ 중이다. 사회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생중계를 보면서 긴장하고 있다”며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고, 장·차관뿐 아니라 실·국장도 답변할 수 있는 만큼 디테일한 수치나 통계 등과 관련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부처에서 대통령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은 모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보고서에) 쓰인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참 말이 기십니다.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나”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업무와 관련해 인력과 법률적 문제를 거론한 이명구 관세청장을 향해서는 “내가 이 얘기를 한 지가 몇 달이 됐는데” “인력이 없어 필요한 일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질책과 함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 잡고, 일 잘하는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의 압도적 다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고 자기 일을 잘한다. 그래서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다만 극히 소수가 연못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는 것인데, 이는 정말 소수”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공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익명으로 텔레그램 문자라도 보내달라”며 “공직자 여러분들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내란 가담 공무원을 색출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가동과 여권의 인사 청탁 논란, 장·차관 면직·사퇴 등으로 공직사회가 동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공직사회가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건 맞지만, 이번 업무보고에서 대통령께서 공직에 힘을 실어주신 것 같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집권 2년차인 새해에는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