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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與野 아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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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與野 아전인수
  • 이원환 기자
  • 승인 2013.09.08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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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 등 잇따른 굵직한 정치쟁점마다 여야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식의 아전인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6일 이석기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추진하기 위한 징계안을 발의했다.

소속의원 153명 전원 명의로 발의된 징계안에서 새누리당은 "내란 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등 사안이 중대한 이 의원이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됨에 따라 국가기밀 누설, 국가기능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국회법에 따른 징계의 종류 중 가장 중한 단계인 제명에 처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유죄판결이 나오기 전에 국회 차원에서 이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지난달 마무리된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국정조사 때와는 판이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국정원 국정조사 당시 새누리당 소속 국조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의혹 대상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며 국정조사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국정조사 특위 여당 간사였던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법정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데 여론 재판인 이곳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며 국정조사 청문회 제도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대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던 새누리당이 야당의원인 이석기 의원을 상대로는 기소되기도 전부터 의원직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민주당 역시 검찰수사나 법원 판결과 관련해 아전인수식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이석기 의원 제명 방침에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당내 대체적인 기류는 국회 차원의 제명을 논의하기보다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도 성향인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이 "국가부정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절차 문제 제기로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며 이석기 의원 제명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당내에서 폭넓은 동의를 얻진 못하는 상황이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은 국정원 국정조사 당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던 지난 6월 당시 민주당은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공판의 결과를 기다리자는 새누리당의 요구에도 불구, 국회사무처 유권해석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재판 중이나 검찰 조사 중에도 국회에서 결정하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며 국정조사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상황에 따라 검찰수사와 법원 재판에 관한 입장을 바꾸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원칙 있는 정치를 해야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지율을 높이거나 다가오는 선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자신들 의도에 맞는 상황논리를 전개한다면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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