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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 출입 금지’에 음식 주며 눈치보는 배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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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 출입 금지’에 음식 주며 눈치보는 배달원들
  • 이교엽 기자
  • 승인 2020.03.10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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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수십군데 배달하는데…전염 걱정”
▲ 배달원들 출입 제한 안내문.
▲ 배달원들 출입 제한 안내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음식 배달원들도 ‘눈치’를 보며 일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은 지난달 말부터 배달원 출입을 막고 있다. 

오피스텔 측은 배달원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대신, 주민이 1층까지 내려와 출입구 앞에서 배달음식을 받아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오피스텔이 배달원들의 출입을 막기 시작한 이유는 ‘배달원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한 입주자들의 민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오피스텔은 엘리베이터에 ‘배달 음식 관련 협조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붙여 “코로나19로 인한 입주민들의 음식 배달 때문에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배달원들의 잦은 방문으로 코로나19 전염 확률이 늘어날 수 있으니 불편하더라도 가급적 1층 출입문 앞에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음식을 받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선 이곳을 방문한 배달업체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 가게는 임시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배달원 포비아’ 현상은 온라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어 배달음식을 시키기는 하는데 배달원을 통해 감염될까 우려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배달원들은 보통 하루에 수십 군데를 돌아다니는데 어디를 갔다 왔을지 알 게 뭐냐”며 “코로나19는 3m 이내면 감염될 수 있다고 하는 만큼 배달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어쩔 수 없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경우에는 1층까지 내려가 직접 음식을 받아온다”며 “건물 안에 배달원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등의 의견들이 올라왔다.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배달을 하는 한 배달업체 직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주문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면서도 “어떤 건물은 배달원이 못 올라가게 막기 때문에 직접 전화를 해서 주문자에게 내려오라고 해야 하는 만큼 불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체 ‘배달의민족’은 최근 배달 주문 시 배달원과의 직접 대면 결제 대신 앱에서 카드를 등록하고 바로 결제하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또 요청사항에 ‘집 앞에 두고 벨을 눌러주세요’ 등을 남기면 배달원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배달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주문자뿐만 아니라 배달원들도 코로나19로 불안해 하는 경우가 있어서 지난주부터 앱을 통해 ‘비대면 결제’와 ‘문 앞에 음식 놓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배달원들에게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 약 2주간 수익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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