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프로축구와 프로배구에 이어 '국민 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 프로농구로까지 확대될 조짐에 따라 관련 단체들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13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프로축구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을 주도한 김모(28)씨에 대해 최근 불거진 프로배구에서도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추가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프로야구, 프로농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돼 수사를 확대 중이다.
김씨가 또 다른 브로커 강모(29)씨의 범죄에 대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강모씨가 남자프로배구 뿐 아니라 여자프로배구의 승부조작에도 가담했으며 나아가 프로야구에서도 '첫 회 볼넷' 등을 놓고 현역 투수들이 승부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배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프로야구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호언했던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초 프로배구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야구는 깨끗하다'고 단언했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무겁다.
KBO 이진형 홍보팀장은 14일 "굉장히 조심스럽다. 구단들이 전지훈련을 가 있는 상태이지만, 선수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현황 파악을 해보라고 알렸다"며 "선수들이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유혹에 흔들린 선수가 있다면 규정대로 처리할 것이다. 그전에 자진신고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계약서 제17조(모범행위)에 모든 도박, 승부조작 등과 관련해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고 이에 대한 개인정보동의서를 계약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수년 전에 승부조작에 관여했다고 해도 그것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KBO는 아직 검찰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프로배구와 함께 겨울스포츠 양대 종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농구도 비상이 걸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모씨가 프로농구 역시 3점슛과 관련한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프로농구 주관단체인 KBL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시즌 전에도 교육을 실시했고 강조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소문만 있고 검찰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현역에 몸담고 있는 한 선수는 "(승부조작에 대해)잘 모르겠다. 농구는 종목 특성상 조작이 쉽지 않다"면서도 "만약 조작이 존재한다면 같은 선수로서 실망감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교체가 잦고 빠르게 경기가 진행돼 승부조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