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의무경찰대원 여러 명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은 경찰 간부에 대한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성적 의도가 아닌 친근감의 표시로 볼 수 있고, 피해를 당했다는 의경들이 느꼈을 성적 수치심도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A(43) 경위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 선고 없이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 기각 처리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뜻한다.
A 경위는 전·의경들을 관리하는 기동단 행정소대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2~9월 의경 여러 명을 수차례 성추행한 의혹으로 같은해 11월 파면 처분을 받았다.
A 경위는 이에 불복,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원회는 "A 경위가 25차례나 표창을 받은 사정 등을 고려했다"며 2013년 3월 해임 결정을 내렸고, A 경위는 "해임 처분 역시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A 경위가 일부 대원의 상의 안에 손을 넣어 배 부분을 만지거나 손등에 입술을 갖다 댔으며 얼굴을 부비는 과정에서 뺨에 입술이 닿는 등 해당 대원이 불쾌감을 느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또 자신이 누워 있던 침상 이불 속으로 들어오라고 해 함께 눕거나 옆에 누워 배 부분을 껴안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A 경위가 평소 이들 의경과 친한 사이로 성추행 이후에도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등 친분관계를 유지했고, 의경들이 A 경위의 사과를 받아들여 고소를 취소하기도 하는 등 이들이 느낀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의 정도가 그다지 크지 않았거나 지속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A 경위가 성적 의도로 이런 행동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대원들에 대한 신체 접촉이 애정과 친근감의 표시로서 남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범위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 경위가 해임 처분을 받기 전까지 성실하게 근무하면서 25차례나 표창을 받았고 외부 강의나 언론 인터뷰 활동을 통해 경찰의 이미지 개선에 힘썼으며 동료 경찰관등 여러 사람들이 자필로 적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사정 등을 고려했다"며 "부하경찰관 5명을 노골적으로 성희롱한 경찰에 대해서는 감봉 2개월 처분이 내려졌던 것에 비춰볼 때 A경위에 대한 해임 처분은 지나치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