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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행진곡' 논란 둘로 나뉜 5·18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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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행진곡' 논란 둘로 나뉜 5·18 기념식
  • 구용희 기자
  • 승인 2015.05.18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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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제35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정부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반발한 5·18 유가족과 5월 3단체, 기념재단, 광주 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 기념식에 전면 불참하는 한편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민주평화광장에서 독자적 기념식을 치렀다.

◇ 35주년 정부 기념식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기념식에는 국무총리 권한대행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박승춘 보훈처장,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도지사,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정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박혜자·권은희·장병완·이윤석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 등이 자리했다.

기념식은 별다른 식전공연없이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과 5·18민주화운동 희생 영령에 대한 묵념, 헌화 및 분향, 경과보고, 추모헌시 낭송, 기념사, 합창단 기념공연(님을 위한 행진곡·5월의 노래), 폐식 순으로 진행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 35돌을 맞아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매우 뜻깊은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며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민주영령들의 고귀한 넋을 기리며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또 "빛고을 광주에서 뜨겁게 타오른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의 민주화에 이정표를 세우고 국가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주·정의·인권의 오월정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돼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그 동안 수많은 국가적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온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은 노력이야말로 5·18민주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보답하며 그 뜻을 받드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16만6734㎡ 면적의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1980년 당시 희생자와 민주열사 등 오월영령들이 안장돼 있으며, 2002년 7월에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민주·정의·인권의 숭고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지난 1997년 5월9일 정부기념일로 제정됐다.


◇ '님 위한 행진곡' 제창

폐식에 앞서 논란이 됐던 '님을 위한 행진곡'이 합창되자 일부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행진곡을 제창했다.

특히 이 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찬성했던 김무성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도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불렀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행사에 참석해 제창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날 제창이 예상됐다. 그는 또 기념식이 끝난 뒤 묘역을 둘러보는 과정에 "'님을 위한 행진곡'은 꼭 제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국회가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보훈처가 거부한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국회 고위 간부들과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반면 총리 권한대행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승춘 보훈처장은 입을 굳게 다물어 이들과 대조를 이뤘다.

최 부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3년 6월 국회 본회의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정부는 이 노래의 합창은 허용하고 있지만 제창은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점을 언급하며 이 노래를 제창할 경우 사회통합이 저해된다고 주장, 제창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 옛 전남도청 앞 기념식

 


국가보훈처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데 반발한 5·18 유가족과 5월 3단체, 기념재단, 광주 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날 정부 기념식에 전면 불참했다.

이로 인한 기념식장 내 빈 자리는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당수의 학생들과 공무원 등으로 채워졌다.

유가족과 오월단체들은 정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같은 시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민주평화광장에서 독자적 기념식을 치렀다. 사실상 5·18 기념식이 양분된 것이다.

옛 도청 앞 기념식은 백희정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의 개회로 시작돼 헌화분향, 경과보고, 기념사, 기념공연(오카리나 공연단 님을 위한 행진곡·아침이슬), 연대사(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결의발언,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결의발언에 나선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민주화운동 35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껍데기만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민주주의의 투쟁 현장이다"고 말했다.

또 "35년전 '민주주의' '독재타도'를 외치며 그 숭고한 피를 뿌렸던 이 곳 민주광장, 살아 남은 자의 부끄러움과 분노를 담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새역사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 안철수·주승용·강기정 의원, 시·도의회 의장, 광역·기초의원 등의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광장 인근에 설치된 '민주의 종' 타종 행사를 끝으로 모든 기념행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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