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매가 독초 달인 물을 마시고 사망하도록 방조하고 보험금을 타내려 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 무속인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사기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무속인 오모(29·여)씨에게 3일 1심과 동일하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씨가 사망한 의자매 A씨의 오빠 B씨를 속여 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오씨가 의자매 A씨의 자살을 돕거나 방관한 혐의(자살방조)와 자살인 걸 알면서도 A씨 명의의 보험금을 수령하려 한 혐의(사기미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오씨의 자살방조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나름의 의심을 가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아 본 사실조회 회신 결과에 의하더라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바꿀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오씨는 평소 자신의 신력을 신봉하던 지인 A씨와 의자매를 맺고, A씨가 2012년 고액의 보험을 든 후 자살하는 것을 방치해 보험금을 수령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한 A씨는 2004년부터 오씨와 알고 지냈으며, 오빠 등 가족들과 불화를 빚자 집을 나와 2011년 9월부턴 아예 오씨와 함께 살아왔다. A씨는 오씨와 함께 사는 동안 유흥업소에 나가 돈을 벌어 오씨에게 경제적 도움을 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 오씨가 생활형편과 이혼 문제 등을 비관하며 자주 자살을 언급하자 자신 명의로 보험을 들고 자살해 오씨가 보험금을 수령하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
A씨는 2012년 9월 사망시 약 27억원 상당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종신보험에 신규로 가입하고 인터넷에서 협죽도와 투구꽃을 주문했다. 이들 식물은 약재로 쓰이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어 다량 복용할 경우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A씨는 이후 같은 해 10월 보험사를 방문해 종신보험의 보험금 수령자를 오씨로 변경한 후 협죽도를 달여 마시고 며칠 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오씨는 A씨가 협죽도를 달여 마시는 것을 돕거나 방치하고, A씨가 사망하자 이를 급성 심장사로 꾸며 보험금을 받으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씨는 또 A씨 생전에 A씨의 오빠 B씨에게 접근해 "아는 무당이 집안의 우환을 없애준다고 하니 굿과 기도값을 달라"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오씨는 이때 '팔공'이라는 무속인이 B씨를 위해 기도해줄 것처럼 속였지만, 실제 '팔공'은 의자매인 A씨가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었고 제3의 무속인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자살방조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자살하려는 사람의 구체적인 자살 실행을 원조해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오씨가 죽고 싶다고 말한 것이 A씨의 자살을 정신적 방법으로 도와줬다거나 A씨가 협죽도를 달여 마실 때 오씨가 이를 도와주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오씨가 A씨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보험금을 수령하려 했다는 혐의(사기미수)에 대해서는 A씨가 협죽도를 복용한 행위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역시 무죄로 봤다. 1심은 이 같은 논리로 A씨 오빠인 B씨에 대한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오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