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유신 정권 당시 '긴급조치 9호'로 옥살이한 것과 관련,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제14민사부(부장판사 이종언)는 한 전 대표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2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한 전 대표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장기간 불법 감금을 당하면서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왔고, 당시 부인과 자녀들 또한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받아왔다"며 불법 구금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며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한 전 대표 측에서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무원들이 수사과정에서 고문·폭행 등의 가혹행위를 했다거나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지난 1978년 12월 29일 오후 6시30분께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를 비방하는 내용의 출감성명서를 배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가 1979년 10월 항소기각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즉각 상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가 1979년 12월 8일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됐다'는 이유로 제1, 2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한 전 대표에 대해 면소판결을 선고했다.
이후 30여년이 흐른 2013년 11월 18일 한 전 대표는 대법원에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구인이 면소의 재판을 할 만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경우'에 해당한다"며 형사보상청구를 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긴급조치 9호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56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