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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저축은행입니다" 속을 수밖에 없었던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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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저축은행입니다" 속을 수밖에 없었던 보이스피싱
  • 배동민 기자
  • 승인 2014.11.19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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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민 기자 = 이두식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19일 지검 5층 회의실에서 400억원대 최대 규모 '보이스피싱' 조직 적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날 전직 경찰을 포함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 26명을 구속기소했다. 사진은 범행흐름도. 2014.11.19 guggy@newsis.com 20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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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과 전 프로야구 선수 등이 가담한 사상 최대 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은 실제 금융기관의 대출 상담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 만큼 치밀했다.

이들 일당은 저축은행 서버를 해킹해 대출을 거절당한 명단을 입수한 중국 해커로부터 몇 십원에서 5만원을 주고 금융 정보 등을 구입했다.

중국과 필리핀 등에 '콜센터'를 차린 일명 유인팀은 감쪽같이 저축은행 상담원으로 변신해 대출을 거절당한 당사자들에게 "다시 심사해보니 대출이 가능하다"며 접근했다.

그리고 대출 승인을 위한 보증서 발급비용과 인지세 명목(2.8%)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급전이 필요한 피해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송금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다음날 이번에는 '00저축은행 심사팀'이라며 전화를 걸었다. '금감원으로부터 공문을 받았다'며 피해자의 과거 단기연체 사실까지 언급하면서 '연체패턴보유자로 분류돼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또 다시 돈을 요구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월 납입 금액의 1년분을 넣어야 하지만 6개월로 조정 요청을 했다며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대출금이 1000만원인 고객에게는 이 같은 방법으로 14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인지세와 보증보험 가입 금액은 대출시 저축은행에서 되돌려 준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의심을 갖는 피해자들에게는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돼 있는 저축은행 상담 직원들의 사진과 이름으로 신분증을 위조해 팩스로 보내기도 했다.

▲배동민 기자 = 이두식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19일 지검 5층 회의실에서 400억원대 최대 규모 '보이스피싱' 조직 적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날 전직 경찰을 포함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적발, 26명을 구속기소했다. 2014.11.19 guggy@newsis.com 2014-11-19
치밀한 수법에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피해자들은 1인 당 수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을 이들 일당에게 송금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월요일~금요일 언제든 통화 가능하니 편하게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전화를 끝으로 자신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던 '00저축은행 상담원'과는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같은 수법에 당한, 현재 확인된 피해자만 2000여명, 피해 금액은 4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그러나 범행일계표, 일일환전금액, 범행기간 등으로 미뤄 총 피해금액은 400억여원, 피해자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를 당하고 삶을 비관한 끝에 음독자살을 기도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치밀한 보이스피싱이 가능했던 이유는 범행을 주도한 C(42)씨가 과거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근무했었기 때문이다. 전직 경찰이었던 A씨의 수사 경험이 사상 최대 규모의 보이스피싱을 가능케 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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