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韓·日정상 만나 위안부 해결 의지와 지침 주는 게 좋아"
朴대통령 "성공적 정상회담 되도록 진정성 있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통해 대화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서 거듭 한일정상회담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양국 간 어떤 논의나 협력도 제대로 진전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을 유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한일의원연맹과의 합동총회 참석차 방한한 일한의원연맹 대표단을 만나 한일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한일관계에 있어서 가장 상징적인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한일관계가 새 출발을 하는 데 첫 단추"라며 "지금 이제 생존해 있는 피해자 분들이 54분, 평균 연령이 88세로 상당히 고령인데 이분들이 생존해 있을 때 명예를 회복해 줄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렇게 피해자나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되는 그런 퇴행적인 언행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 양국이 계속 신뢰를 쌓아 가면서 관계 발전을 이루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치들이 선행돼야 하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망언이 중단돼야 함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또 "일본을 우리의 중요한 우방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힘써왔지만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견고한 한일관계는 사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또 우리들은 미래세대에게 정상적인 한일관계를 물려줘야 할 역사적 책무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양국 국민들은 문화를 통해서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고 있는데 이제는 정치인들이 양국 국민의 마음을 읽고 서로 아픈 데를 치유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틀을 잘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현안 문제들을 적당히 넘어가다 보면 그것이 다시 악화돼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데 이런 것을 우리 세대에서 확실하게 잘 바로 잡아서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식으로 탄탄하게 나아갈 수 있는 노력을 같이 해 나갔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누카가 회장은 "한일관계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최근 아베 총리를 면담한 사실을 언급했다.
누카가 회장은 "아베 총리는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새로운 양국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라며 대화를 통해 한일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누카가 회장은 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역대 내각이 계승해 온 점을 감안하여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간 국장급협의 등의 촉진을 위해서도 양국 정상이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와 지침을 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계승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위안부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한일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과거에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오히려 관계가 후퇴했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통해 성공적 정상회담이 되도록 진정성 있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치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한일정상회담 개최는 어렵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25일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일본 도쿄도지사를 통해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를 통해 "오는 가을에 개최될 국제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며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안부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 측이 진전된 입장을 전혀 취하지 않고 있고 박 대통령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어 아베 총리의 바람처럼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마스조에 도쿄도지사가 반한시위 문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 반한시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한의원연맹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누카가 회장은 "일본에서 이 문제가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관련된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 박 대통령은 "양국 의원연맹 합동총회가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뜻깊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으며 누카가 회장은 "이번 의원연맹 총회에서 처음으로 위안부문제를 논의할 예정인데 솔직한 의견교환을 통해 양국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호응했다.
한편 이날 접견에는 누카가 회장을 비롯한 일한의원연맹 대표단과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 강창일 간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