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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피눈물…'농협 싹쓸이 채권추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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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피눈물…'농협 싹쓸이 채권추심' 논란
  • 이창우 기자
  • 승인 2014.10.02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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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집행 목격 80대 노모 정신적 충격 받고 쓰러져

농협자산관리회사의 '싹쓸이 채권추심'으로 영농의지를 상실한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린 농민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채무자인 아들이 잠깐 집을 비운사이 이뤄진 강제집행 과정을 목격한 84세 노모는 정신적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까지 지고 있어 인근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2일 전남 나주시 봉황면 와우리에서 만난 양모(미혼·54)씨는 "노모 마저 쓰러지신 데다 간병할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먼 하늘만 쳐다봤다.

본인 앞으로 변변한 집 한채 땅 한평 가진 것 없는 노총각 양씨는 문중 소유 터에 설치한 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콘테이너 가건물에서 10년째 노모를 모시고 살아온 효자로 알려지고 있다.

양씨가 가진 전 재산이라고는 친구에게 외상으로 가져온 중고 트랙터와 경운기 각 1대. 또 자식처럼 돌봐온 새끼 밴 암소 3마리와 6개월 된 숫송아지 1마리가 전부였다.

논·밭갈이를 해주고 품삭을 받아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들여온 싯가 200여만원 상당의 중고 트랙터는 수리비만 150여만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양씨에게 '강제집행'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진 건 지난 달 18일이다.

이날 농협자산관리회사는 양씨가 가진 전 재산인 중고 트랙터와 경운기, 새끼 밴 암소와 숫송아지 등을 모두 경매 처분해 버렸다.

현재 경매처분을 하고도 채무금액 1800여만원 중 600여만원의 빚이 남은 상태다.



양씨는 남은 채무를 갚기 위해 문중 땅을 일궈 만든 밭에 마늘과 파를 서둘러 파종해야 하지만 농기계가 모두 경매 처분돼 현재 발발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같은 불행의 시작은 20여년 전 지인을 돕기 위해 본인 명의로 인근 농협에서 영농자금을 대출받은 게 화근이었다.

양씨는 "돈을 갚기로 한 지인이 사업 부도 이후 개인파산 상태에 내몰린 채 대출금을 갚지 않은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가 대출채권 존재를 인식한 것은 농협자산관리회사에서 강제집행에 앞서 지난 8월 단행한 가압류 절차가 이뤄지고 나서다.

양씨는 "돈을 못 갚은 죄인 입장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삶의 기반인 농기계와 기르던 가축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경매 처분한 것은 시중 사채업자보다도 더 악랄한 행위 아니냐"고 하소연 했다.

마을이장 양모씨도 농협자산관리회사의 도 넘은 채권 추심에 격분했다.

이장 양씨는 "어려운 농촌경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농협자산관리회사의 홍보문구는 헛구호에 불과하다"면서 "가난한 농민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채권 추심 행위는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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