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장남을 재판에 넘겼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9일 만이며 유 전 회장이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지 62일 만이다.
유 전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12일 '세월호 선주회사 사주 비리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지 115일만에 총 29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하며 사법처리를 마쳤다.
유 전 회장의 계열사 경영 비리와 관련해선 친형 유병일(75)씨, 남동생 유병호(61)씨, 부인 권윤자(71·여)씨, 처남 권오균(64)씨 등 유씨 일가 5명을 비롯해 유 전 회장 측근 5명과 청해진해운 및 계열사 사장 8명 등 18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가운데 유 전 회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하고, 장남 유대균(44)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공소권 없음'은 수사기관이 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불기소 처분의 한 유형으로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 이 같은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한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사진 대금, 상표권 사용료, 경영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회사 계열사 자금 1291억원을 횡령하고, 159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 등을 받아 왔다.
검찰은 지난 5월22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두 달 이상 검거에 나섰으나 6월12일 전남 순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변사체로 발견, 지난달 21일 DNA, 지문 검사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한 것으로 최종 결론 냈다.
장남 대균씨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청해진해운 등 5개 계열사로부터 상표권료 명목으로 71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대균씨는 또 2011년 1월~2013년 12월 영농조합 등 2개 계열사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2억9000만원을 부당 지급받아 횡령한 혐의도 사고 있다.
이날 컨설팅비나 상표권 관리위탁수수료, 경영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손실을 끼친 혐의로 ㈜노른자쇼핑 김모 대표와 ㈜온지구 채모 대표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수사한 결과, 청해진해운은 유병언 일가 및 계열사에 고문료, 상표권료, 경영자문료, 사진대금 등을 무리하게 지급함으로써 재무 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부실한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과적, 과승, 불법 구조 변경 등이 이뤄졌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박 관리, 직원 안전 교육 등을 소홀히 함으로써 세월호 침몰 사고의 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검찰에 파악됐다.
또 수사 과정에서 유씨 일가가 사진 사업을 내세워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부(富)를 편법으로 상속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은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 등에서 사진 전시회 개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억원 이상의 계열사 자금을 사진 대금으로 빼돌리는 등 유씨 일가가 상표권 사용료, 고문료, 경영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과 교회 자금 약 1793억원을 불법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아울러 유 전 회장 일가의 도피·은닉을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가운데 유 전 회장 부자의 도피를 도운 오갑렬(60) 전 체코 대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오 전 대사의 부인이자 유 전 회장의 여동생인 유경희(56)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또 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신엄마의 딸 박수경(34·여)씨도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오 전 대사 부부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10일까지 수사상황 및 여론동향 등을 편지에 적어 유 전 회장에게 수시로 보고했으며 유 전 회장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거나 전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양평 별장을 유 전 회장의 은신처로 제공하도록 구원파 신도에게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학 태권도 시간 강사인 박씨는 지난 4월22일부터 7월25일까지 경기 용인 소재 오피스텔에서 대균씨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의류를 세탁하는 등 지근거리에서 도피생활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말 자수한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와 도피조력자 '김엄마' 김명숙(59·여)씨 등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를 거쳐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유 전 회장 일가의 차명·은닉 재산을 추가로 동결·환수하는 한편, 세모 회생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등 관련 의혹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할 계획이다.
특히 이미 동결한 차명 부동산의 명의인과 관리인들이 소유한 다른 부동산들을 대상으로 유 전 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인지 여부를 계속 확인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로 도피한 유 전 회장의 차남 유혁기(42)씨와 장녀 유섬나(48)씨,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의 조속한 국내송환 및 검거를 위해 미국국토안보수사국(HSI), 미국 법무부 등과도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5회에 걸친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1244억원 상당의 재산을 찾아 동결함으로써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소요될 예산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국외 도피 중인 유병언의 자녀와 측근 4명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하는 한편, 그들의 국내재산, 상속재산 뿐 아니라 해외재산도 환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