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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들, '행정대집행 비판' 상경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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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들, '행정대집행 비판' 상경투쟁
  • 강지혜 기자
  • 승인 2014.06.1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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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회복 못할 정도로 망가뜨려"…한전 앞서 기자회견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지난 11일 한전이 큰 충돌 없이 종료됐다고 발표한 행정대집행은 거짓"이라고 16일 비판했다.

밀양 주민 82명과 종교계 인사 등 15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과 권력으로 주민들을 고문하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뜨리는 행위를 그만하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밀양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주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에서 온 김길곤 할아버지는 "경찰의 아줌마 폭행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람을 어떻게 개, 돼지 부리듯 끌 수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할아버지는 "가만히 두면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왜 그렇게 못살게 구느냐"며 "깨끗한 땅을 후대에 넘겨주려고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렇게 취급하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원전이 있는 미국과 소련, 일본이 모두 원전 사고를 겪었다"며 "고리1호기가 고장났는데도 다시 가동하는 것은 안전 불감증이다. 우리나라에 원전 사고가 나면 아무도 못 산다"고 강조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에서 온 이차연 할머니는 "한전 때문에 평화로운 마을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려 원수지간이 됐다"며 "그 좋게 지내던 형제 부모같은 이웃들이 서로 외면을 한다"고 호소했다.

같은 마을에서 온 주민 이은주씨는 "이차연 할머니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할머니가 떨면서 말씀하신다. 밥도 떨면서 드신다"며 "우리 70~80세 할머니들은 농사밖에 몰랐고 욕은 몰랐지만 지금은 입만 벌리고 욕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 삼평리에는 송전탑이 39개 세워져있고 일부 전선도 걸려있다"며 "원전을 돌리기 위해 밀양 할머니와 삼평리 할머니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기보다 생명이 더 소중하다', '송전탑 안 세워도 실컷 산다. 와 촌 사람 지길라고 이카노 공사 고마해라(왜 촌 사람 죽이려고 이렇게 하나. 공사 그만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계삼 밀양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당신(한전)들은 이긴게 아니다"라며 "아직 제대로 된 합의는 없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석한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지난 11일 2000명이 넘는 경찰이 앗아간 것은 움막뿐"이라며 "부정의하고 불법적이고 인권과 생명을 앗아가는 송전탑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정신은 앗아가지 못했다"고 지지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7월부터 원전반대운동이 전국에서 불붙을 것"이라며 "삼척에서는 원전 백지화를 선언하고 주민투표에 붙일 예정이며 충남 서산·당진에서도 송·변전 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송주법)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에게 보내는 공문 '밀양 주민들의 성금 전달'을 읽으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공문에서 "한국전력은 피해 지역 마을공동자금으로 간접 보상금을 지급하던 관례를 위반했다"며 "1인당 평균 400만원의 현금 '개별보상금'을 지급하고, 시한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회수한다는 압박으로 마을 공동체를 분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돈밖에 모르는 한전이 불쌍하다"며 "밀양 주민들이 그동안 드시고 싶은 막걸리, 담배 한 개비 아낀 돈으로 조성한 불우이웃 성금을 전달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10원짜리 동전을 한전 본사 앞에 던지고 송전탑을 호미로 캐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11일 경남 밀양시는 경찰의 지원 속에 부북면 평밭마을 129번 공사장 인근 농성장에서 주민과 반대대책위원회 측에 행정대집행 영장을 제시하고 철거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일부가 몸에 쇠사슬을 묶고 저항하는 등 경찰과 주민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3개 중대 18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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