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다음달 연말 인사·조직개편 시즌, 답답해"
업계 "해외에서 신뢰 잃을 수 있어, K-방산 불신 우려"
전투기 및 우주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 정권 당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자칫 글로벌 시장 수주 경쟁력이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내부에서는 "조직 개편과 신규 사업을 위한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며 "현재 공석인 사장 인선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AI는 최근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착수까지 벌어지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공정위는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양사는 최근 3년간 하도급업체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기술 자료 유용, 대금 미지급, 단가 인하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KAI의 경우 여기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최근 정치권 외풍에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AI에서 평양 무인기 사업과 관련 PC들이 포맷·폐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자금 조성 정황이 의심되는 비상장기업 지분에 대한 매입, 퇴직 임원에 대한 부적절한 자문료 지급 의혹 등도 제기했다.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의 조력자인 김충식씨 메모에 강구영 전 사장과 FA-50의 말레이시아 수출이 언급됐다며 FA-50의 말레이시아 수출과 대가, 수수료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KAI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무인기 납품 관련 담당 임원의 PC는 포맷이나 어떤 조치 없이 그대로 보존돼 현재에도 사용 중이며, 비자금 조성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말레이시아 FA-50 수출 사업은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의 밀반입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계속되는 의혹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장 인선 지연으로 리더십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의혹 제기로 직원들은 근무 사기가 급격히 떨어져 있다는 진단이다.
앞서 강 전 사장은 지난 7월 사임했고, 한때 후임 사장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기도 했으나 아직 사장 임명은 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최근 수주전에서 잇따라 밀려나면서 리더십 공백 해소 목소리도 들린다. 연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중에는 사장 인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KAI 노조 관계자는 "12월이면 인사 시즌이고 필요할 경우 조직 개편도 해야 하는데 올해에는 검토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며 "사업 참여도 빠른 결단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사장이 인선이 이뤄진다고 해도 조직을 파악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며 "KAI 사업 방향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와야 된다"고 덧붙였다.
KAI는 민간 기업이지만 수출입은행(26.41%)이 최대주주이며, 국민연금도 8.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에 따라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사장 교체가 반복되는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칫 KAI가 글로벌 경쟁력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권 이슈가 계속 불거지면 KAI 계약에도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의혹 제기는 해외에서 KAI 신뢰에 영향을 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 포함돼 있다"며 "무차별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는 삼가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