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새로운 백 년 준비”
한미 등 외교성과 소개도 “영혼 갈아 넣어 총력”
이재명 대통령은 4일 “2026년도 에산안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법정시한 내 신속한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며 “인공지능 시대,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I 등 산업·경제 정책이 자리 잡기 시작하며 위기 국면은 벗어났다고 평가하면서도, “AI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R&D(연구개발)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며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예산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에 국민 한 분 한 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만큼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예산안의 핵심을 ‘AI 시대 전환’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으로 특히 로봇·자동차·조선·반도체 등 핵심 제조업 분야에 AI를 빠르게 적용하고, 지역별 피지컬 AI 거점 구축과 공공 서비스 AI 전환을 추진한다. 또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고성능 GPU(그래픽장치) 추가 확보해 정부 목표치인 3만5000장 확보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첨단전략산업 R&D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차세대 성장 산업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 콘텐츠 분야를 함께 키워 혁신 성장의 동력을 확장하고, K-컬처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방산 4대 강국’ 도약 의지를 밝히며 내년도 국방예산을 66조3000억원으로 증액한 점을 언급하고,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연간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나”라고 물었다.
아울러 취약계층 보호와 국민 생명·안전 확보를 국가의 책무로 재확인하며, 특히 중대재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제는 국민 모두가 생계와 생명의 위기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 구상인 ‘END 이니셔티브’도 함께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돼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다”며 “재 정이 수반되는 국가사업 시행 시에는 지방우선, 지방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미래가 절망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 있다”라며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대한국민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했다.
국회와의 협치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며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안 설명에 앞서 지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한미·한중 정상회담 외교 성과도 소개했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며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해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한층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며 이날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텅 빈 국민의힘 의석을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언급했다. 약 21분간 진행된 연설 동안 박수는 총 33차례 나왔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지난 6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제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연설에서는 AI 관련 언급이 총 28차례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