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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자본론 소지로 옥살이' 70대 '무죄'…"굴레 벗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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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자본론 소지로 옥살이' 70대 '무죄'…"굴레 벗어 다행"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10.28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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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혐의 40년 만에 재심 무죄
法 "구속영장 없이 1달 수사…증거능력 없어"
정씨 "재심 못 받은 사람 많아…소명 기회 오길"
▲ 서울남부지법 현판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서울남부지법 현판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군사정부 시절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법 구금돼 옥살이를 했던 70대 남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판사 김길호)는 28일 오전 정진태(72)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공판을 열고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 검거 당시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영장 없이 불법 연행됐으며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1달 동안 영장 없이 수사가 진행됐다"며 "압수물, 압수조서도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것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론뿐만 아니라 칼 마르크스 사상 저서는 국내에서 공식 출판되고 널리 읽혔다"며 "서적의 내용이 북한 활동에 동조하거나 국가의 존립,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상과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권리로 (피고인은) 민주주의 열망 등으로 서적을 소지하고 탐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에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등 이적 행위 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40년 동안 짓눌러왔던 굴레를 벗게 돼 정말 다행이다"라며 "이제야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국가보안법으로 고생한 사람들이 많고 아직도 재심을 받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재심 사유가 해당하지 않을 경우 억울할텐데 (그들에게도) 소명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씨 측 변호사는 "국가 폭력에 의해 정씨가 3년간 구금을 당했기 때문에 형사 보상절차를 거칠 수 있다"며 "불법 행위, 가혹행위와 처벌 이후 사찰 등으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것까지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는 1983년 2월 15일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독서실에서 검거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4월 해당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보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화위가 당시 판결문과 수사·공판 기록등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정씨가 당시 경찰 수사관들에 의해 약 23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진화위는 "조사과정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정씨에게 구타 등 가혹행위를 하면서 허위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공판에서 정씨를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검찰에서 증거 기록과 피고인의 주장, 신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이 불법 체포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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