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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눈물 뒤로 대부업에 이자 장사 금융권, ‘사회적 공공재’ 책임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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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눈물 뒤로 대부업에 이자 장사 금융권, ‘사회적 공공재’ 책임 다해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10.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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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지난 10월 2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다중채무 대출 잔액은 750조 5,000억 원으로, 1분기 753조 3,000억 원보다 2조 8,000억 원(0.37%) 감소했지만, 연체율은 1분기 1.92%에서 2.07%로 0.15%포인트 상승해 1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잔액이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연체액이 급증한 것은 경기 둔화 여파로 자영업자나 취약계층 등 차주의 상환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 10월 17일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 청년층의 가계대출 잔액은 34조 5,660억 원으로 집계됐다. 5개 시중은행에서 한 달 이상 원리금 연체를 한 20대의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1%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더구나 20대 청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1년 전인 작년 6월 말 0.39%보다 0.02%포인트 더 높아졌다.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청년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신용정보원에 등록된 20대 신용유의자는 6만 5,887명으로, 2021년 말 5만 2,580명 대비 25.3% 증가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소액 생계비 대출 연체율은 15.5%로, 불과 1년 전의 2.1%에서 7배 이상 급등했다. 특히 20대 이하 청년층의 연체율은 21.1%로, 전체 평균 16.8%를 훌쩍 뛰어넘으며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유스(Youth)'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분기 기준 정부가 대신 상환한 대위변제액은 무려 1280억 원에 달했다. 불과 2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신용등급이 하락한 청년들은 자연스레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데 있다.

 

특히 지난 10월 2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 8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2025년 8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61%로 전월 말(0.57%)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0.53%)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렇듯 ‘빚 수렁’에 빠진 자영업자와 신용이 낮은 20대 청년층이 고금리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1금융권(은행)과 2금융권(저축은행, 캐피털)이 대부업체에 ‘종잣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2020∼2025년 8월 국내 금융권 대부업체 대출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6년간 ‘1·2금융권’이 대부업체에 빌려준 금액은 38조 1,998억 원이고, 이를 통해 거둔 이자 수익은 2조 5,409억 원에 달한다. 1년 평균 대부업체에 빌려준 금액은 6조 3,666억 원을 넘으며, 대부업체로부터 받은 이자 수익만 4,234억 8,333만 원에 달한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드러난 국내 ‘1·2금융권’의 대부업체 대출 현황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 ‘1·2금융권’이 대부업체에 빌려준 금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3년부터 급증했고 올해 8월까지 대출 규모는 이미 지난해 수준에 근접했다. 대부업체가 자기 자본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전 수요가 밀려들자 ‘1·2금융권’으로부터 ‘종잣돈’을 빌리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빚으로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고물가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다중 채무자가 되어 대부업체를 찾는 현실이 그 배경에 있다. 종전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달리 시중은행, 국책은행 등 1금융권은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일이 거의 없었다. 고금리 대부업에 돈을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이런 관행을 깨면서 시중은행이 대부업체에 빌려준 돈만도 6년간 1조 3,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우리은행이 지난 6년여간 고금리 대부업체에 3,947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빌려준 사실은 이른바 ‘제1금융권’이 가진 공공재적 책무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음을 증명한다. 이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마저도 1,670억 원을 빌려줬다. 대부업체들은 ‘1·2금융권’에서 싸게 빌린 돈으로 서민에게 고리 대출을 내줬고, 은행들은 연체 부담 없이 가만히 앉아서 이자 수익을 올렸다.

 

은행들이 대부업체에 ‘종잣돈’을 빌려주며 ‘이중 이자 장사’를 하는 것이다. 대출 심사 문턱이 높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들이 고금리인 대부업으로 몰려들자, 대부업체들은 은행에서 저리로 돈을 빌려 고금리로 대출해 주고 있다. 은행들의 대부업 대출은 지난해 2,758억 원이었는데 올해 1∼8월에만 2,370억 원으로 올해 8개월 만에 작년 연간 대출의 86%가 집행될 정도로 올해 은행들의 대부업 대출 영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은행의 대부업 대출은 위법은 아니지만 과거에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대부업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다. 은행이 서민 대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대부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정서 때문이었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대부업체 이용자가 늘어 대부업체의 조달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은행도 대부업에 대출을 내주는 추세로 바뀌었다는 궁색한 변명이 더욱 실망스럽다.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이자를 우려한다던 ‘1·2금융권’이 오히려 그 고금리 대부업체의 ‘종잣돈 곳간(庫間)’ 역할을 자처하며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렸다는 것은 금융 윤리의 실종을 넘어 도덕적 파산 선언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서민을 위한 금융은 언제부터 서민의 고통을 수익의 원천으로 삼게 되었을까? 고금리 대부업체의 ‘종잣돈’을 빌려준 작태는 금융권의 단순 수익 구조의 문제가 결단코 아니다. 이는 금융의 본질이 지닌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가벼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민낯이다. 일반적으로 대부업체는 신용이 낮은 자영업자나 20대 청년층 등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마지막 궁여지책(窮餘之策)의 선택지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 금융취약자가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대출의 원천이 결국 시중은행에서 비롯된 ‘종잣돈’이라면, 서민의 고통은 한 단계 위의 금융기관으로 흘러가 수익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된다.

 

 

은행들이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 중심의 이자 장사로 수익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도 가계대출에 이어 대부업 대출까지 늘려 손쉬운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권은 ‘예대마진’으로 연간 30조~40조 원의 고수익을 챙기고 있다. 초우량 고객에게는 3%대의 대출을 내주면서, 생계에 쫓겨 돈을 빌려야만 하는 서민에게는 15% 가까운 고금리를 강요한다. 이것이 과연 ‘금융’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대통령의 지적처럼 이는 사실상 합법화된 고리대금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들어 건전성을 강화한다며 서민 대출을 조여 온 은행들이 대부업체 대출은 오히려 그 규모를 늘렸다. 대부업체는‘1·2금융권’에 비해 훨씬 높은 금리로 대출을 운용한다. ‘1·2금융권’이 대부업체들에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의 상당 부분은 서민들의 ‘눈물 젖은 돈’인 셈이다. ‘1·2금융권’은 대부업체를 끼고 쉬운 돈벌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저금리 서민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

 

은행들은 대부업 대출을 늘린 이유로 정부의 정책 변화를 꼽는다.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자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해준 대부업체가 시중은행에서 저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영향과 함께 은행들이 손쉬운 영업을 택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기업 경기 악화로 다른 대출 영업은 쉽지 않은데 대부업 영업은 비교적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하는 데 이어 이들에게 대출하는 대부업에 ‘이중 이자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산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이익의 논리가 인간의 삶을 도구로 삼는 순간, 금융은 더 이상 신뢰의 산업일 수 없다. 공공재로서의 금융은 수익성과 공공성의 균형 위에 존재해야 하며,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의 정당성도 당연히 사라진다. ‘1·2금융권’은 낮은 금리로 ‘종잣돈’을 빌려주고, 대부업체는 이를 수십 퍼센트의 고금리로 되팔고, 그 이익 일부가 다시 ‘정상 금융권’의 이자 수익으로 귀결되는 구조다. 서민의 절박함이 금융권의 배당으로 치환되는 이러한 구조는 명백히 윤리의 영역을 벗어난 극명한 일탈(逸脫)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1·2금융권’의 윤리의 영역을 벗어난 행위가 제도 안에서 용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건전성 지표만을 관리하면서도, 그 돈이 어떤 사회적 경로를 거쳐 이익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고금리 대부업체의 자금줄이 1금융권이었다면, 그것은 규제의 사각지대가 아니라 감독의 실패가 아닐 수 없다. 금융의 윤리는 규제보다 당연히 앞서야만 한다.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수익은 결국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고 신뢰의 근본을 무너뜨린다. ‘1·2금융권’이 대부업을 돕는 일탈(逸脫)은 단기적 수익을 올리는 손쉬운 길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 생태계 전체의 도덕적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패악(悖惡) 행위다. ‘1·2금융권’의 대부업체 대출은 이자 장사를 넘어선 금융 포식 행위에 가깝다.  이제 ‘1·2금융권’은 스스로 물고 답해야 한다. ‘이익을 위해 어디까지 윤리를 희생할 것인가?’ 진정한 금융의 경쟁력은 자본의 크기가 아니라, 그 자본이 어떤 가치를 지키는가에 있다. 서민의 눈물 위에 쌓은 이익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사회적 가치 그것도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 정부는 서민금융 상품을 제대로 설계해 대출 소외 계층을 적극 지원해야만 한다. ‘1·2금융권’도 위험을 회피하려고 들지만 말고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해 저신용자 서민들에게 더 큰 ‘대출 문’을 만들고 더 넓혀나가야만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소득·저신용 상태에서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취약 차주의 비중은 6월 말 현재 14.2%로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저소득 혹은 저신용 다중 채무자로 정의하는 ‘취약 차주’는 2025년 2분기 말 현재 가계대출은 138만 3,000명이 99조 9,000억 원, 자영업자 대출은 43만 7,000명이 130조 2,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2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방치하는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상환 능력과 의지를 살펴 맞춤형 채무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퇴로도 열어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빚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재기의 사다리를 놓아 줄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행력 기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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