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중심 재고 운영…공급 우위 지속될 듯"

글로벌 시장에서 D램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강세 흐름을 띠고 있다.
재고 품귀로 인해 공급 업체와 수요 업체간 눈치 싸움이 벌어지면서 가격과 거래량이 동반 상승하는 전형적인 ‘불 마켓(bullish market)’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주요 제품인 DDR4(1Gx8 3200MT/s)의 이번 주 평균 현물가격은 7.931달러로, 전주(7.219달러) 대비 9.86% 상승했다.
현물 가격은 유통 시장에서 즉시 거래되는 가격으로, 제조사와 고객 간 장기계약으로 정해지는 '고정가격'보다 시장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물 가격 상승은 메모리 시장의 '공급자 주도'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메모리 공급 업체들은 향후 추가 가격 인상을 예상하며 판매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D램 가격이 오를수록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들도 소비자 전자제품의 실제 수요가 아직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향후 지속적이고 큰 폭의 가격 인상에 대비해 '안전 재고(safe inventory)'를 확보하려는 동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가격 상승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일단 재고를 확보햬두려는 심리다.
메모리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공급 업체들이 AI(인공지능)용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데 집중하는 가운데 PC, 모바일용 제품까지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D램 공급자 평균 재고회전일수는 3.3주로 역대 최저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공급량을 늘리기보다는 생산능력 확대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23년 초유의 재고 누적 사태 이후 공급 업체들이 ‘수익성 중심의 재고 운영’이라는 새로운 기조를 정착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는 공급업체들이 생산·출하·재고를 모두 최소화하며 시장 대응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