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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특수학교 지으려 무릎 꿇어야 하나"…설립계획 2012년, 첫삽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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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특수학교 지으려 무릎 꿇어야 하나"…설립계획 2012년, 첫삽 2025년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10.22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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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2일 오전 동진학교 기공식 개최
지적장애 18학급, 111명 학생…부지 결정 6년만
"학교는 가까이에…원거리 통학은 또 다른 차별"
▲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오전 중랑구 신내동 700번지 일대 신축 부지에서 동진학교 신축공사 기공식을 개최했다.(제공=서울시교육청)
▲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오전 중랑구 신내동 700번지 일대 신축 부지에서 동진학교 신축공사 기공식을 개최했다.(제공=서울시교육청)

"이 시대에 저희가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서 무릎을 꿇어야 하겠습니까?"

22일 오전 중랑구 신내동 700번지 일대 신축 부지에서 개최된 동진학교 신축공사 기공식 현장에서 만난 최혁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진지회 부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동진학교는 동대문구와 중랑구 등 서울 동부 지역에 최초로 세워지는 특수학교로, 이날 설립 계획을 세운지 무려 13년 만에 첫 삽을 떴다. 학교는 18학급, 111명의 지적장애 등 학생을 수용할 예정이며 2027년 9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진학교는 2012년 설립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 반발 등에 부딪혀 9차례나 후보지 검토를 거치고 나서야 2019년에 현 부지로 최종 결정됐다. 부지가 최종 결정되고 공사에 착수하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최 부회장은 "동진학교가 지어지기까지 13년의 세월이 걸렸다"며 "먼 길을 통학하고 있는 동부 지역의 학생들이 조금 더 가까이 통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지현 중랑통합학부모회 중등분과장은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항해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다. 만감이 교차하는 오늘이었다"며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동진학교 건립이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일부 특수교육대상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왕복 3시간의 통학을 견디는 등 극심한 고통과 불편을 겪었다.

최 부회장은 "동진학교에 가지 못하는 친구들이 광진구 쪽으로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학부모들이 통학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너무나 힘든 통학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기존의 질환이 더 악화돼 걷지 못하게 된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조 분과장도 "근거리에는 저희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보니 너무 힘들다"며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눈 오는 날에는 눈을 맞아가는 어려움 속에서 아이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찾아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13년이란 세월이 어찌 이렇게 길어져야 했는지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동진학교 설립은 시작일 뿐 장애 인식 개선과 함께 특수교육 전문학교가 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부회장은 "궁극적으로 장애 인식 개선을 원한다"며 "일선 학교의 관계자들, 선생님들, 모든 국민들이 우리가 왜 함께 나아가야 하는지 교육을 충분히 받고, 넓은 홍보를 통해 밝은 미래를 같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무릎 꿇고 호소하고 억지로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처럼 비쳐지면 안 된다"며 "더 이상 장애인 부모들이 무릎 꿇지 않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통합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국민들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간절하게 호소한다"고 했다.

조 분과장은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로 진학할지라도 비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교육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다"며 "아이들이 개별화 된 교육 받을 수 있는 특수학교가 더 많이 지어지고 전문화된 학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특수학교 건립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부회장은 "특수학교를 설립할 때 시의회의 승인을 받고 여러 승인 절차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분들의 반대가 나올 경우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인들이 '하겠습니다' 해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영논리에 휘둘리며 학교를 여기 세우겠다, 저기 세우겠다 왔다 갔다 하지 마시고 한마음 한뜻으로 당을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희 아이들은 정치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장애 학생들에게도 교육 받을 권리가 있고, 특수학교가 부족한 것은 이들에 대한 차별임을 역설했다.

최 부회장은 "학교는 가까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원거리 통학은 장애 학생들에게 또 다른 차별임을 인식해 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 분과장은 "학교는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 존중 받으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며 "특수학교가 통해 장애 인식 개선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의 한 축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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