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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도 李도 강조한 노동법원…분쟁 신속해결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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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도 李도 강조한 노동법원…분쟁 신속해결엔 ‘의문’
  • 이광수 기자
  • 승인 2025.10.1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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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 지시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또 담겨
현재 최대 8심…신속성 제고 취지
이견도…처리속도 노동위가 빨라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시했던 노동법원 설립이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담겼다. 노동분쟁에 특화된 법원을 마련해 구제 신속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노동분쟁 해결을 전담하는 노동위원회가 70년째 자리잡고 있어 별도의 법원 설치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특히 노동분쟁은 노동위에서 이미 빠르게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 소관 국정과제에 ‘취약노동자 권리구제 강화’ 명목으로 노동법원 설립이 포함됐다.

노동법원은 정치적 방향과 관계없이 매 정권마다 등장한 단골 이슈다. 가장 최근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민생토론회에서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를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체불임금 등 노동자들의 피해 이슈가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법원은 앞서 1989년 노태우 정부도 설립을 검토했다.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방노동법원과 고등노동법원 설치를 입법청원했기 때문이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 노동법원 설치 안건이 상정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엔 법원행정처와 법원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설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입법 움직임도 활발했다. 제18대 국회부터 21대까지 관련 법안은 꾸준히 발의됐다.

이 같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노동법원의 골자는 노동분쟁을 더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로는 사건 종결까지 최대 ‘8심’의 형태를 거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순의 5심에 민사 3심까지 더해지면 실질적 구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 찬성 측은 공감대를 모은다. 민사는 통상 사용자가 법원의 판결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시 강제집행을 위해 제기된다.

이종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019년 발간한 ‘노동쟁송절차의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재직 중이던 판사 318명 중 73.6%가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 중 82.5%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행 노동쟁송절차를 노동법원으로 통일해 신속한 분쟁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성 제고도 주요 논거 중 하나다. 플랫폼 노동 등 고용형태가 다양화되고 복잡해지고 있어 노동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훈련된 판사가 사건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순환보직이 아니라 전담 판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오히려 기존 노동위를 이용하는 것이 신속한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법원까지 가는 비율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노위에 따르면 지난해 지노위에서 처리한 고용노동 분쟁 1만7894건 중 86.5%가 지노위에서 종결됐다. 또 10.3%는 중노위에서 종결됐다. 97%가 노동위 단계에서 끝난 것이다.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사건은 3.2%(577건)에 불과했다.

사건처리 기간은 지노위 초심이 평균 47일이고 중노위 재심까지 거치면 평균 130일로 나타났다. 반면 법원의 경우 1심 462일, 3심 1092일이 소요됐다. 초심만 보면 노동위가 법원보다 약 10배 빠른 셈이다.

통상 사건이 법원을 거치게 되면 처리기간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이 노동법원 설치를 반기지 않는 입장의 대표적 논거다.

분쟁 해결에 드는 비용 측면에서도 노동위가 법원에 비해 노동자 친화적이라는 평이 있다. 노동사건을 대리하는 공인노무사가 변호사보다 비교적 선임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중노위는 지난 2018년 노동법원 신설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종훈 연구위원은 2018년 12월 서면질의를 통해 중노위 조정심판국장으로부터 노동위의 입장을 들었다.

당시 중노위는 “노동위에 부당해고 등 구제를 신청하는 근로자는 영세사업장 소속 저임금 근로자가 많아 노동위를 통한 신속하고 경제적인 구제제도의 실효성이 크다”며, “노동법원을 도입할 경우 영세사업장, 저임금 근로자, 계약직 근로자 등 취약근로자의 권리구제가 제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고 간편하게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노동법원과 노동위의 공존 방안을 찾는 것이 정부의 숙제로 보인다. 앞으로 노동위 기능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과제에 따라 노동위에 특고·플랫폼 종사자 분쟁조정기능이 부여된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를 지낸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장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 보완적으로 운영하면 된다”며 “노동위의 기능을 잘 살려 조정의 요소를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고 사안을 명확히 하는 식으로 법원 절차를 단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분쟁 사건 실무를 맡고 있는 이미소 노무법인HRS 대표 공인노무사는 “분쟁에 소요되는 기간이 늘어나는 건 확실할 것”이라면서 “노동위는 앞으로 사전 분쟁 조정기구로서 조정 역할을 더 중점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노동법원 설립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올해 노동부 등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내년부터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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