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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연합 "李 '여적여' 발언, 갈등만 키워…문제 본질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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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연합 "李 '여적여' 발언, 갈등만 키워…문제 본질 왜곡"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9.22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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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청년행사서 "여자가 여자 미워하는 것은 이해"
"구조적 원인을 개인 간 감정으로 돌려…불필요한 대립 부추겨"
▲ 3.8 세계 여성의 날을 나흘 앞둔 지난 2023년 3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퍼포먼스하고 있다. /뉴시스
▲ 3.8 세계 여성의 날을 나흘 앞둔 지난 2023년 3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퍼포먼스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여성단체가 "청년 세대 갈등만 더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2일 논평을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청년의 날을 맞아 열린 '2030 청년·공감 토크콘서트'에서 "여자가 여자를 미워하는 건 이해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미워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남성 차별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여성들의 차별감, 차별 느낌은 이해한다"며 "남성들이 구체적으로 차별 받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정할 수 있을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년들이 원한 것은 성차별적 농담이 아니라 공정한 기회와 정책적 대안"이라며 "국민을 하나로 모아야 할 지도자가 분열을 조장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세대와 국민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여성단체연합은 "여자가 여자를 미워한다는 발언은 소위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라는 오래된 성차별적 통념을 공적 자리에서 재생산한 것"이라며 "여성 간 연대를 훼손하고 차별의 구조적 원인을 개인 간 감정으로 돌리는 사고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차별감', '차별 느낌'이라고 발언한 것은 실존하는 현실의 문제를 감정의 영역으로 축소하는 것으로, 성차별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구조적·제도적 현실"이라며 "세계경제포럼의 젠더격차 148개국 중 10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임금격차 28년째 부동의 1위 등 각종 통계로 입증돼온 사실"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콘서트는 청년세대의 현실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대통령이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남녀 간 갈등으로 치환하고, 이를 마치 남녀의 피해 인식이 대칭적인 것처럼 간주하는 것은 구조적 성차별과 안티 페미니즘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가부 개편안에 '역차별'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의 법 제도에서 역차별을 발생시키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며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남녀의 갈등으로 치환하고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 시급한 불평등 해소 과제를 희석시키고, 청년 세대 내부에 불필요한 대립을 부추기는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대통령부터 성평등을 민주주의 핵심 가치로 인식하고,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는 책임 있는 언어와 정책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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