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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연3명 이상 사망 시 법인이 '과징금 폭탄'…영업익 5%내, 하한 3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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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연3명 이상 사망 시 법인이 '과징금 폭탄'…영업익 5%내, 하한 30억
  • 박두식 기자
  • 승인 2025.09.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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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경제적 제재 강화
중대재해 발생 및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시 공시 의무화
▲ 지난 7월 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지난 7월 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정부가 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근로자가 연간 3명 이상 사망할 시 법인에 영업이익의 5%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중대재해 발생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전 부처가 힘을 모아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착수했다. 노사단체와 전문가 간담회, 타운홀미팅, 노동안전 관계 장관 간담회 등 현장의견 수렴을 통해 완성됐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하는 사람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으며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은 주로 소액의 벌금, 집행유예에 그쳤지만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며 "안전투자가 더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3명 이상 사망 시 과징금 하한액 '30억'…중대재해 공시도 의무화

이번 대책의 골자는 산재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다.

앞으로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시 '법인'에 대한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과징금 기준을 영업이익의 5% 이내를 제시했는데, 과징금심사위원회를 신설해 사망자 수 발생 횟수에 따라 차등 부과할 방침이다. 부과된 과징금은 산재예방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산업재해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될 예정이다.

과징금 하한액은 30억원으로 설정됐다. 영업이익의 5%가 30억원 미만인 법인의 경우도 근로자가 연간 3명 이상 숨질 경우 30억원이 과징금으로 부과된다는 의미다.

이는 당초 논의되던 '매출액의 3%' 보다 강화됐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지난 12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매출액은 현장 단위지만, 이번 과징금은 법인 기준"이라며 "산업안전을 법인 책임으로 보기 때문에 실효성 측면에서 법인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과징금 기준은 전문가 논의와 노사정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특히 제재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대재해 발생 시와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시 관련 사실을 지체 없이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비상장회사는 모회사가 공시한다. 공시 위반 시에는 벌점이 부과되고, 벌점 크기에 따라 제재금·매매거래정지·관리종목지정 등 조치가 가능하다.

중대재해 관련 사실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고려될 수 있도록 ESG 평가, 스튜어트십코드(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영하는 수탁자로서 책임감 있게 관리·운용하기 위해 이행하는 원칙)에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출금리·한도·보험료 등에 중대재해 리스크가 확대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권의 신용평가 기준과 대출 약정 개선이 추진된다.

중대재해 다발 기업에 대해서는 산재보험기금 여유자금 투자도 제한될 예정이다. 발생 빈도에 따라 신규 투자 제한, 점진적 투자금 회수 등 제재가 가중된다.

◆산재 사망 절반이 건설업…영업정지 요건 강화하고 '적정공사비' 의무 도입

건설업은 산재사망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망한 근로자는 287명인데, 이 중 138명(48%)이 건설업 사망자였다.

이에 정부는 건설업 사망사고 제재를 강화한다.

우선 건설사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하고, 요청 대상에 전기, 정보통신, 소방시설공사 건설사 등이 포함된다.

사망자 수에 따라 영업정지 기간도 강화되며,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2회 받은 뒤 다시 영업정지 요청 사유가 발생한 건설사는 등록말소 요청도 가능해진다.

건설업 외에도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11개 부처 33개 법률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중대재해 발생을 인허가 취소나 영업정지 사유에 포함하기로 했다.

건설업의 공공입찰 참가 제한 기준은 현행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3명 이상 사망하는 경우로 확대되며, 민자·민간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까지 입찰 제한 대상이 된다. 입찰 제한 기간 역시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급 계약 시 하청업체들이 안전 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적정공사비' 산정이 의무화된다. 이를 위해 적격심사(국가공사 100억원 미만) 낙찰하한율이 2%포인트(p) 상향된다.

하도급사의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해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 주체를 발주자에서 원청까지 확대한다.

노동부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산업안전비용을 전가하는 부당특약을 집중 점검하는 한편, 과징금 부과수준을 상향할 계획이다.

아울러 안전 확보를 위해 충분한 공사기간을 부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 법상 공공·민간 모두 적정 공사기간 산정 의무가 있으나, 민간공사는 그 기준이 부재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해 설계서에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포함시켜 계약 단계에서부터 적정 공기를 확보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발주자가 적정 공기를 산정하고 전문기관, 인·허가기관의 장이 심의·검토하는 방안이 도입될 예정이며 폭염 시에는 노동자 보호를 위해 건설공사 기간 연장 사유에 폭염 등 기상재해를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밖에도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합동 단속을 정례화하고 불법하도급에 따른 제재 수준과 사유 등이 확대된다.

또 산재예방능력을 갖춘 적격한 수급인을 선정하고 계약하도록 의무화한다. 직전 3년간 산업재해 발생 현황, 안전보건조치 위반사항 및 시정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부·대검찰청 협의로 수사 강화…중대재해법 양형기준 신설 논의

산재 사고 조사·수사도 강화된다.

우선 노동부 장관이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하고, 사망사고가 없더라도 일반 감독 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 기회 없이 즉시 사법처리 된다.

과태료 위반행위도 법정 과태료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부과할 방침이다.

또 노동부와 대검찰청 간 협의체를 구성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신속하게 송치·기소를 할 계획이며 정기 수사상황 점검회의, 대형사고 발생 시 수사협의회, 노동부·경찰 합동 압수수색 등을 실시한다.

노동부는 전담 수사조직을 확충하고 본부와 지방관서 간 수사 전담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검찰은 중대재해 사건 부장검사 책임 수사제를 시행하고 경찰은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을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에 신설할 계획이다.

특히 초동수사 현장 감식에 전담 검사가 직접 참여하고 보완수사와 공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엄정 대응할 예정이다.

현재 양형기준이 없는 중대재해법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와 협의해 양형기준을 신설할 예정이며 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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