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단속에도 위법 사례 활개…정부도 저작권 보호 활동
법조계 "학생 대상 저작권 교육 필요…구매자·출판사 피해"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가에 교재 복제본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공서부터 수험서까지 복제본 파일이 대학가에 유통되면서 출판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생 전용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개강을 앞둔 지난달 말부터 교재 복제본 불법 거래 게시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불법 복제본 익명 커뮤니티·채팅방에서 판매되거나 암암리에 공유·거래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불법 복제물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달 7일에는 서울의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영어 교재의 복제본 파일을 30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가 3만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인 것이다. 경제학원론 등 수업에 널리 활용되는 '맨큐의 경제학'도 불법적인 방식으로 복제본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같은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이번 학기에 학교 수업용으로 서점에서 5권의 교재를 샀는데 모두 25만원이 넘는다"면서 "매 학기 책값으로만 이만큼이나 쓰는 것이 부담스럽고 책을 사도 수업에서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더 그렇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주변에 위법 사실을 알면서도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불법 복제본을 택하는 친구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출판업계는 경고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 지난달 26일 거래가 성행하던 커뮤니티에 한 학생은 자신이 센게이지러닝코리아에서 출판한 교재 '맨큐의 경제학 9판'을 무단 복제해 판매했다며 사과와 함께 관련 행위에 주의하라고 하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학생은 출판사 센게이지러닝코리아가 중고거래 플랫폼을 대상으로 불법 파일 판매 모니터링하던 중 적발된 다수의 판매자 중 한 명으로 확인됐다. 센게이지러닝코리아는 적발 학생과 조건부 형사합의 절차를 밟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재발 방지 각서를 작성해 에브리타임에 게시하고 게시물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조건으로 당사와 합의를 본 상태다. 저작권법 제136조(벌칙)는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때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倂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센게이지러닝코리아 관계자는 "학생 신분을 고려한 선처와 동시에 다른 학생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교재 판매 부진과 재고 누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업계 상위권 출판사가 폐업을 결정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며 "이는 대학 교재 출판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나아가 대학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모든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불법 거래가 성행하는 탓에 센게이지러닝코리아는 2년 전 모니터링을 시작한 뒤로 교재 복제본 불법 거래자를 100명 이상 잡아냈다.
출판물 불법 복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도 저작권 보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매년 2월 전국 대학에 '대학가 신학기 출판물 불법 복제 예방활동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교육부는 관계 부처와 협업해 '대학생을 위한 저작권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출판물 불법 복제 예방 교육 영상'을 제작해 대학에 배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캠퍼스를 직접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는 교내·외 복사업체나 셀프 스캔 업체 등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일부 단속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는 단속과 함께 인식 전환이 함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애란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는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된 소수의 학생이 불법 복제물 거래의 위법성에 대해 깨닫는 걸 넘어 다수의 학생이 저작권의 개념과 내용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본인의 판매 행위로 구매자와 출판사에게 피해가 가고 크게 보면 전체 교육시장에도 문제가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박 변호사는 "단순한 구매와 판매뿐 아니라 무단 복제와 공유 행위도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며 "정당한 이용 없이 복제물을 배포하거나 전달하는 행위는 상황에 따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