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성·본 달라져…경찰, 국과수에 유전자 감정 의뢰
혼자 이모 집에 가다가 실종된 8세 여아가 두 딸의 어머니가 되어 54년 만에 친모를 만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친모가 다시 딸 실종 신고한 후 아동복지센터 자료 분석과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54년 전 가족과 헤어진 여성 A(62)씨를 찾아 지난 25일 가족과의 상봉을 도왔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1971년 8월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자택에서 같은 구 양평동에 있는 이모 집에 버스를 타고 가다 사라졌다. 같은 해 9월께 친모가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하였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친모는 A씨가 이전에도 몇 차례 혼자 버스를 타고 이모 집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 보냈는데, 한 달 뒤 이모가 방문하면서 A씨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
2023년 7월 20일에 친모는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에 서울 양천경찰서에 A씨의 실종을 재신고 했고, 2025년 1월 17일에 장기 실종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기동대가 사건을 맡아 전면 재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서 A씨의 실종 무렵 입소자 중 나이대가 유사한 여성 133명을 대상으로 입소 경위, 실종 시기와 장소 등 자료를 분석했다. 버스 종점에서 울고 있던 A씨를 한 남성이 아동보호소에 인계해 성남보육원에 전원된 기록을 찾았다.
A씨는 지난 5월 21일 경찰과 면담에서 "버스 승차 후 이모 집으로 가는데 평소 하차 장소가 나오지 않아 종점까지 가서 길을 잃었다"며 "부모 이름과 집 주소가 기억나지 않아 울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보호시설로 데려다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종 아동은 1963년생이고, A씨는 1964년생이었다. 또한 성·본 등도 달랐다.
경찰은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원에 의뢰해 친모와 A씨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 21일 친자관계임을 확인했다.
결국 지난 25일 A씨는 친모와 만나게 됐다.
A씨는 "포기하고 싶었지만, 딸들이 '포기하지 말고 (가족을) 끝까지 찾아보자'고 하며 위로해 주고 도와주어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친모는 "죽기 전에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만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항상 마음을 졸였다"며 "이렇게 경찰이 딸을 찾아 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