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로 타인 행세…法 "죄질 가볍지 않아"

약물을 복용하고 서울 도심을 무면허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후, 경찰에게 다른 사람 행세를 한 4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김형석 부장판사는 지난 3일 오후 2시께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3)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3일 오후 11시20분께 알프라졸람, 졸피뎀 등을 복용한 후 서울 서대문구부터 용산구까지 약 7.9㎞를 운전하다가 보호난간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사고 처리를 위해 출동한 경찰에게 무면허임을 숨기고자 차량 소유주인 A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말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이후 경찰서에서도 A씨인 것처럼 행세하며 소변 모발 채취 동의서, 간이시약 검사 결과 및 시인서 등에 A씨 이름을 적었다.
또 경찰관으로부터 '임의동행동의서' '소유권포기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자, A씨인 것처럼 행세하며 임의동행 동의서에 서명하고, 임의제출물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소유권 포기서에도 A씨 이름을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무면허로 약물을 복용해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운전한 점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 사용한 점 ▲다른 사람 명의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김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점 ▲우울증 등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던 점 ▲변호인을 통해 사문서위조 등을 자수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