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잃고 넘어지며 덮쳐···근로자 사망 이르러
"안전조치의무, 업무상 주의의무 취하지 않아"

건설현장에서 넘어지는 냉온수기에 깔려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해당 근로자가 소속된 회사의 대표이사가 1심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씨는 모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할 책임이 있지만 사전에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2022년 4월 근로자 A씨가 작업 중 균형을 잃고 쓰러진 냉온수기에 깔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높이 2027㎜ 무게 6.4톤(t)의 냉온수기를 설치 장소까지 운반하기 위해 본체 하단에 바퀴를 붙여 이동했는데, 바퀴의 높이가 100㎜에 이르다 보니 바퀴를 부착하면 총 높이가 2127㎜에 이르렀다.
다만 일부 천장의 높이가 이보다 낮다 보니 100㎜ 바퀴를 80㎜ 높이의 바퀴로 교체해야 했다.
때문에 A씨는 바퀴 교체를 위해 유압잭을 이용해 냉온수기 본체를 들어올렸는데, 냉온수기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A씨를 덮쳤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같은 날 오후 사망에 이르렀다.
이 판사는 서씨가 바퀴를 교체하거나 제거할 때 제품이 넘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안전조치를 하고, 중량물 취급 작업에 있어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작업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그럼에도 서씨가 제품이 넘어지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조치를 사전에 취하지 않았고, 위험요인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아 체계적인 작업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고 짚었다.
법원은 당시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역할을 했던 B씨에게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양형 이유로 "피고인들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의무 또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피해근로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를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 측이 피해 근로자의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3억원을 지급한 점, 근로복지공단이 유족들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등을 지급한 점, 안전조치 개선계획 수립 등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