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5-07-03 16:20 (목)
고꾸라진 반도체 수출, 기술력 향상·시장 다변화 전방위적 총력 대응 나서야
상태바
고꾸라진 반도체 수출, 기술력 향상·시장 다변화 전방위적 총력 대응 나서야
  • 류효나 기자
  • 승인 2025.03.04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둔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줬던 수출이 연초부터 성장세가 둔화하는 양상이 역력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고 무역수지 흑자는 반 토막으로 고꾸라졌다. 미국발 통상정책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관세 영향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1일 발표한 ‘2025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액이 526억 달러로 전 년 동월(521억 달러) 대비 1% 증가했다. 역대 2월 수출액 기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지난달 수입액은 0.2% 증가한 483억 달러로 2월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4억5000만 달러 증가한 4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5개월 연속 이어지던 수출 ‘플러스(+) 행진’이 멈췄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3월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수출액은 1017억2800만 달러로 전 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 역시 전 년 동기 대비 3.3% 줄어든 992억8800만 달러로 나타났으며,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흑자는 24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0.3% 감소했다. 올해 2월 수출이 1년 전보다 1% 증가했지만 일 평균으로는 5.9% 줄었다. 이는 반도체 수출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차별적 관세 폭탄이 이제 막 투하되기 시작했는데 우리 수출 전선에는 벌써 적색 경고등이 선명하게 켜진 것이다.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보다 17.8% 올랐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74.3% 증가했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컴퓨터(SSD)·무선통신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2개 품목을 비롯해 자동차·바이오 헬스 등 총 4개 품목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비상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 줄어든 96억 달러로 집계돼 2023년 10월 이후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이어진 9개월 연속 100억 달러 이상이었고, 15개월 연속 증가세였지만 지난달 그 흐름이 끊겼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은 양호한 실적을 보였으나, 범용메모리인 DDR4, 낸드 등의 고정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설명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달 이후로 예고한 관세 부과를 앞두고 벌써 반도체 수출이 고꾸라진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관세 폭격에 중국이 보복 대응을 하면서 우리의 양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수출이 동시에 불안해지고 있다. 한국 전체 수출의 16%가량 차지하는 반도체의 부진은 계절적 비수기에 더해 미국·중국 무역전쟁과 맞물려 나타난 만큼 심각성을 더한다. 시장 역시 일시적인 악재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4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10%를 물린 데 이어 오는 3월 4일부터 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반격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그 여파로 미국의 정보기술(IT) 제품 소비가 위축되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미국·중국 관세전쟁의 여파로 중국 경기가 냉각되고 미국도 고물가와 소비 위축에 노출되면 우리 수출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더구나 미국이 우리 반도체에 부과할 ‘관세 폭탄’이 미칠 대(對)미국 수출감소 파장은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범용메모리 반도체는 중국 업체가 자국 등에선 물량 공세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등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이미 2월에 중국(95억 달러)과 미국(99억 달러) 수출 모두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신정부가 예고한 관세 정책을 시행한다면, 우리의 대미(對美)수출이 9~13%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 우리 수출 규모가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우리 수출의 효자인 반도체는 지난해 내내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였던 터다. 1·4분기 50%, 2·4분기 53%, 3·4분기 41%, 4·4분기 34%를 기록했다. 반도체 강국의 저력을 뽐내며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의 견인차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첫 달인 1월 8%대 증가세로 수출이 쪼그라든 데 이어 급기야 지난달엔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중국 범용제품의 영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저가 제품 과잉생산이 반도체 가격을 끌어내려 국내 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은 그동안 계속 나왔다. 실제 인공지능(AI) 산업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는 아직까진 견조(堅調)한 실적이지만 범용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다. DDR4 8Gb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25%, 낸드 128Gb는 50% 넘게 떨어졌다고 한다. 반도체 수출 지역을 봐도 양대 시장인 중국, 미국 두 곳이 동시에 불안하다는 점에서 수출 경고음은 더욱 크게 들린다. 지난달 두 지역 수출액은 모두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음은 더욱 선명한 적색 경고등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규제를 자국 기업 지원과 내수로 돌파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무차별 관세전쟁 강화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고 있음도 커다란 장애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글로벌 관세전쟁 등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풍전등화(風前燈火)에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에 봉착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 서 있다. 미국 정부에 코드 맞추기를 하든 대응 태세 구축을 하든 무엇인가는 해야 할 절박한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민·관·정이 수출 촉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와 정치권이 힘과 지혜를 보태 총력 선제 대응에 나서야만 한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부도 계엄·탄핵 정국 속에서 국정 리더십 공백 상태에 처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시도 한눈팔 수 없는 중차대한 시기에 대립과 분열,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수출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됨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수출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의 심장인 반도체가 중국의 추격에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된 상황에서도 위기의식이나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할 예정인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1기 팹(Fab │ 반도체 공장)은 목표보다 3년이 미뤄진 지난달 25일에서야 착공했다. 2019년 2월 계획 발표 후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지연 등 규제로 허송세월했다. 경쟁자인 대만 TSMC는 반도체산업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 일본 정부의 지원 아래 2022년 구마모토 1공장을 발표 6개월 만에 착공했고, 이후 3년 만인 작년 12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고 찬찬히 반추하며 대오각성(大悟覺醒)하고 통탄할 일이다. 족쇄와 같은 규제 사슬을 풀어 뒷받침해야 하는 정부와 국회는 그간 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통렬하게 반성해볼 일이다.

정치권은 말로만 민생을 외쳐댈 뿐 겉으로만 하는 척하며 민생보다 정쟁에만 몰입하고 있다. 국정 기조를 조율할 여(與)·야(野)·정(政) 협의체는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했다. 여(與)·야(野) 할 것 없이 모두 조기 대선만을 의식해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정치 공세에만 몰두한 탓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만성적 내수 불황을 타개하지 않으면 2년 연속 1%대 성장률의 쇼크는 심화할 게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철강 등 다른 부문도 줄줄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위기 상황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수출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으려면 과감한 선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상에 없는 신기술 개발에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을 걸고. 기술력 향상과 시장 다변화에 전방위적 총력 대응에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나서야만 한다. 정부는 수출 기업들이 맘껏 뛸 수 있도록 무거운 규제 사슬을 과감히 혁파하고 세제·예산·금융 등 전방위적 지원에 적극적·공격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여(與)·야(野)는 경제 살리기 법안의 조속한 처리로 이를 뒷받침해야만 할 것이다. 또 통상 외교력을 총동원해 동남아·인도·중동·유럽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방산·원전·바이오 산업 등으로 수출 기반을 넓히는 노력도 의당 병행해 총력을 경주해야만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