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대부분 현금다발…수건에 감싸 넣는 ‘대범한 방식’
한국·중국인 적발…세관 "수사초기 내용 밝히기 어려워"
최근 일주일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51억원이 넘는 외화를 여행용 가방에 숨겨 해외로 반출하려던 한국인과 중국인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관세당국이 이들의 자금출처에 대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적발된 항공편이 대부분 같은 데다 금액 규모도 비슷해 단순 개인범행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인데요. 대부분 달러와 엔화, 한화를 가방에 숨겨두는 예전의 방식과 달리 돈을 가방에 가득 채우는 등 대범함을 보여 의혹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적발장소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국내 항공사 탑승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총 5명의 승객에서 51억5000만원 상당의 외화가 인천공항 출국장 위탁수하물 엑스레이 검색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반면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적발된 외화는 지난 13일 오전 6시4분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동·서편 개장검색실에서 각각 발견됐습니다. 공항 보안검색요원이 승객의 위탁 수하물에서 거액의 돈다발이 발견한 것인데요. 적발된 금액은 2개의 캐리어(여행용 가방)에 각각 4500만엔과 4400만엔, 미화 40만달러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는 한화 14억32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가방에 든 외화는 수건에 감싼 채 발견됐으며, 가방 대부분이 외화로 가득 찬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출입국시 승객이 직접 들고 반출·반입하는 외화의 금액이 1만 달러가 넘으면 세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한국인 남성은 세관에 별도 신고 없이 외화를 반출하려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달 17일 오전 6시33분에도 한화 16억5000만원이 든 가방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방법도 종전 13일과 같이 위탁수하물을 검수하던 엑스레이 검색 과정에서 적발됐습니다.
18일에도 중국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의 가방에서도 각각 엔화 5500만엔(한화 5억2000만원)과 5000만엔(4억7000만원), 미화 25만달러·2000만엔(한화 5억6000만원)이 적발됐으며, 다음 날 19일 오후에는 35만달러(5억1646만원)가 든 캐리어가 발견돼 현재 인천공항본부세관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불법 외화 밀반출 목적지는 홍콩
이들이 반출하려던 외화는 자금출처가 의심되는 거액의 외화로 목적지는 홍콩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이들은 모두 같은 국내 항공사를 이용하려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특정 노선을 활용한 조직적 이동’ 이라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한국인과 중국인은 “친구의 짐이었다” “물품 구매비용” “사업 자금”으로 진술했지만, 비슷한 시간대에 동일한 목적지·동일한 항공편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자금 흐름에 대한 의문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본부세관도 이들의 외화반출에 대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다만 수사 초기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홍콩의 장외 가상자산 거래소(OTC)에서 외화를 이용해 코인을 구매한 뒤 국내에서 되팔아 차익을 얻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실제로 최근 유사한 방식의 금전 이동 정황이 세관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바 있습니다.
또한 금괴 수익을 노린 일당들의 수법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반출한 외화로 가격이 저렴한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해 한국과 일본에서 금괴를 되파는 수법입니다.
지난 2월12일에는 홍콩에서 금괴 8개 (8㎏)를 들고 인천공항에 입국한 중국인이 적발됐고 이틀 뒤인 14일에는 또다른 중국인이 홍콩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금괴 2개(2㎏·3억6000만원 상당)를 가방 바닥에 은닉했다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외화를 밀반출해 해외에서 코인 등의 가상자산을 구입한 다음 국내에서 시세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일종의 김치프리미엄이 존재한다"며 "온라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