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건설업 위기가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2025년 1~2월 두 달간 건설사 103곳이 폐업했다. 2023년 1~2월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70곳이었으며 2024년 1~2월 79곳보다 30.37% 이상 급증했다. 지난 2월 27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월 27일까지 업종 전환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103곳에 달했다. 하루에 1.8개꼴로 종합건설사가 문을 닫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종합건설사보다 작은 규모로 도장이나 방수 등 특정 분야 업무만 수행하는 전문건설업체까지 포함하면 올해 1~2월 폐업을 신고한 업체는 모두 613곳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산업 위기가 전문건설사 같은 작은 곳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종합건설사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 건설사뿐 아니라 63빌딩을 시공했던 신동아건설, 경남 2위 대저건설, 시공 능력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중견 건설 회사들까지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롯데건설, GS건설, DL그룹 등 대형 건설사들도 자회사 매각, 본사 건물 매각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게다가 공사비는 마냥 오르는데, 미분양이 쌓이면서 은행 이자도 못 내는 건설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원자재 값·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 비용은 급증하는 반면, 건설 경기 침체로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 건설 회사들이 너 나 가릴 것 없이 총체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상황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규모가 무려 2만3000가구에 육박하며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2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2624가구로 지난해 12월보다 3.5%인 2451가구나 늘었다. 늘어난 미분양은 모두 수도권에서 나왔다. 평택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며 경기도 미분양 1만5135가구가 한 달 새 2181가구나 늘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2만 가구 중 80%가 지방에 몰려 있어 지방 건설업계도 연쇄 도산 공포에 휩싸여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19일 지방 건설 경기를 짓누르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악성 미분양’ 3000가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고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조속히 출시하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디딤돌대출 때 이자를 낮춰주는 우대금리를 신설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고 냉담한데 다 업계 분위기도 여전히 차갑고 싸늘하다. 정책 자금 8조원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9,918가구였지만 2월 8805가구로 11.22%나 줄었다. 지난해 2월 1만8646가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2월 3일 부동산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 따르면 모집 공고 기준으로 지난 2월 전국 아파트 공급물량은 16개 단지에서 1만2676가구(일반분양 7821가구)가 분양해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974가구보다 무려 51%나 감소했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건설업 위기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27일 발표한 ‘올해 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는 135만7000명으로 지난해 1월 147만1000명보다 7.8%인 11만4000명이나 줄었다. 건설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감소 폭이 점점 커졌는데 이번에 2013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서 충격이 크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중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거나 부도·파산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지금은 정책상 우량 사업장과 건설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릴 수도 있는 옥석 가리기의 자구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특히 건설사들도 신규 사업을 좀 더 꼼꼼히 판단해 선택적으로 수주하고 필요하면 감원까지 포함한 내핍(耐乏)과 고통 분담의 위기경영으로 전환해야만 할 것이다. 건설업은 철강·시멘트 등 건자재뿐 아니라 이사업, 인테리어업, 음식업 등 다른 업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내수 산업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커 고용 근로자가 200만 명을 웃돈다. 지난해 건설 부문 고용이 15만7000명이나 줄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감소 폭이 더 늘어나 1월 중 건설 부문 고용이 1년 전보다 16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침체한 내수를 살리려면 건설 경기 진작은 당연히 필수적이다. 우리 경제 특성상 건설업이 회복하지 못하면 내수는 살아나기 매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해 4분기에도 내수 부문 중 건설투자만 홀로 악화하면서 전반적인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공사현장이 사라지면서 일용직이 격감하는 등 추가적 여파도 간과할 수 없다. 건설업계는 투자 위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전방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매수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월 28일 한국은행의 2월 ‘경제 세부전망’ 내 부문별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투자는 올해 2.8%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월 전망 땐 -1.3%로 예상했는데 3개월 만에 하락 폭이 1.5%포인트나 늘어 두 배 이상 깊어졌다. 지난해 8월(-0.7%)과 비교하면 무려 4배에 달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의 건설투자 감소가 예정됐다. 내수부진이라는 표현은 따져보면 사실 건설업 부진이란 표현이 더 적확(的確)한 표현이라는 자조 섞인 건설업계의 망가진 민낯이 아닐 수 없다. 건설업 부진의 근인(根因)인 미분양 아파트 문제 해결도 급선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시행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면 5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준 사례나 지방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 중과 면제를 해준 전례를 기초로 파격적인 수요 진작 대책을 적극·공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정리 작업을 서둘러 새 아파트 건설의 부지공급 병목 문제를 푸는 대책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 논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에 건설 경기 진작을 위한 대책도 당연히 추가시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