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故오승용씨 유족 발언도
전국택배노동조합,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등이 모인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 기획단'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택배산업의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시민대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택배노동자들은 '늦어도 괜찮아 과로 없는 안전한 배송' 등이 쓰여진 손팻말과 택배박스를 들고 "속도보다 생명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노동부에 쿠팡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한편 과로사 없는 새벽배송 진행을 위한 사회적 대화와 과로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김광석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 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휴일도 없고 명절도 쉬지 못한다"며 "택배 회사들은 현장에서 누군가 죽어나가도 다른 누군가를 데려다 쓰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밝혔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공동대표도 "택배 회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과로사 없는 새벽배송을 만들 수 있다"며 "고용·임금을 줄이지 않고 택배를 끝낼 수 있는 방식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윤신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는 "과로사 위험에 노출된 현재의 업무환경에 목숨을 맡길 수 없다"며 "기업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쿠팡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최근 과로노동으로 사망에 이른 제주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故오승용씨의 유족들이 참석해 발언했다.
오씨의 어머니는 "이 죽음은 우연도 개인의 불행도 아니다. 제도가 노동자를 버렸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진상조사를 즉시 실시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끝없이 양상하는 새벽 배송 구조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씨의 누나도 "한 가정이 무너지고 아이 아빠가, 누군가의 남편이, 제 동생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쿠팡의 과도한 노동 속도, 경쟁, 사람을 기계적으로 쓰는 구조적인 폭력이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후 3시께 본행사를 마친 뒤 광화문에서 종로를 거쳐 다시 광화문 방면으로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한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이른바 '초심야 배송'을 금지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어 지난 10일 제주에서 쿠팡의 새벽배송 담당 기사인 오씨가 사망하고, 21일 쿠팡 동탄1센터에서 야간조로 근무하던 노동자가 숨지는 등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다만 쿠팡노조와 소비자단체가 각각 일할 권리와 소비자 편익을 이유로 새벽배송 금지를 반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