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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發 박원순 着 'DDP를 읽는 서로 다른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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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發 박원순 着 'DDP를 읽는 서로 다른 문법'
  • 손대선 기자
  • 승인 2014.03.26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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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자리잡은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지난 21일 개관했다.

총면적 8만5320㎡(대지면적 6만2957m², 건축면적 2만5008m²),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세워진 DDP는 외관,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 경관을 압도한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라크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이 건물은 신제품 발표 및 전시, 공연, 비즈니스, 쇼핑 및 휴식을 위한 5개의 시설로 구성됐다.

내부 공간은 컨벤션과 신제품발표회, 콘서트와 국제회의, 전시회 등을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DDP는 세계 최초의 '디자인·창조산업의 발신지이자 서울의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창조산업의 전진기지'를 위해 건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이라고 설명한다.

겉으로 보면 휘황찬란하지만 DDP 개관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공사 기간만 5년에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설계부터 준공까지 10여년이 걸렸다.

DDP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발(發)이다. 서울의 랜드마크 건설을 목표로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함께 시작된 DDP는 설계책임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애초 7명의 심사위중 4명을 외국인으로 두는 등 선정과정에서 건축가의 세계적인 명성에 지나치게 기댔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설계공모에서 1등에 선정된 자하 하디드의 설계도 동대문 지역의 역사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불시착 우주선'이란 별명은 어떤 의미에서는 DDP가 갖고 있는 이질성을 상징하는 수사이기도 하다.

비정형 설계인지라 설계비·시공비가 평당 2000만 원에 달하는 등 막대한 예산 문제도 불거졌다.

그리고 이 비용 문제는 2011년 10·26 보궐선거를 통해 오 전 시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잔여임기를 수행하게 된 박 시장의 어깨를 내내 짓눌렀다.

DDP는 통상 5000억원의 건축비가 들어간 건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DDP를 만들기 위해 투입된 금액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고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자.

우선 공사비 4212억원에 공간구축 및 운영준비를 위한 재단 지원금 628억원을 더하면 4840억원이 나온다. 또한 3월 개관에 따른 1~3월까지의 운영비, 관리비 지원 51억원이 추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DDP터인 동대문야구장 대체를 위해 고척돔구장도 DDP의 자기장 안에 있다. 동대문야구장은 건설비용 2617억원(교통대책 포함)에 부지매입비용만 798억원이 들었다.

또한 서울디자인재단이 입주한 서울디자인센터 건립을 위해 동대문 이대병원 토지과 건물 보상금액으로만 1100억원이 쓰였다.

언급된 금액만 합해도 1조원에 가까운 9355억원의 예산이 소요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DDP 운영을 위해 연간 398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적자발생시 시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직면해 있었다.

박 시장이 오 전 시장으로부터 넘겨받은 DDP는 이 지점부터 구분되기 시작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자생력에 방점을 두고 DDP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통상 시 산하기관은 '일거리'가 새로 생기면 예산을 더 달라고 하고 공무원 조직은 이를 반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무원들은 예산배정을 요청하고 디자인재단이 예산배정 없이 해보겠다는 생소한 광경이 연출됐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디자인재단 유길준 디자인경영단장 "올해 1~3월 비운영으로 인해 생긴 부문에 대해서는 서울시로부터 51억원 가량 지원받았다"면서도 향후 흑자운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굵직한 전시, 공연, 비즈니스 행사는 올해 이미 어느 정도 유치에 성공한 상태이다.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21일 개관한 뒤 관객은 40만 정도로 집계됐다. 이로부터 얻는 입장료와 주차장 수입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DDP 건너편 밀리오레, 두타, 굿모닝시티 등과 연결된 지하도 상가의 경우 GS 리테일과 미래가치를 고려해 시중가보다 높게 계약을 체결해 흑자기조에 보탬이 되도록 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2015년부터 시 재정의 투입없는 100% 재정자립도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건물을 물려받았지만 내용을 채우는 것은 박 시장의 몫이었다.



서울시장이 되기 전 박 시장의 명함에는 '소셜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있었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공공디자인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이미 갖고 있었다.

오 전 시장 역시 '디자인서울'을 캐치프레이즈로 다양한 공공디자인 사업을 추진해지만 두 사람간의 접근 관심을 다르다.

동대문이라는 역사적인 공간에 오 전 시장은 이라크 출신의 건축가 자하 하디디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이를 세계적, 명품적 접근이라 할 수 있지만 국내 건축계에서는 자하 하디디의 동대문의 역사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 대한 우려를 현재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DDP의 건축물적 완성도는 높지만 동대문 지역과의 조화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DDP개장의 핵심 아이콘으로 간송미술관이 보관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제시한 것이다.

전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고, 최고의 한글 디자인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최초로 일반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DDP의 출발을 이전과는 다른 형태를 갖게 됐다.

가장 세계적인 틀 안에 가장 한국적인 핵심 콘텐츠를 집어넣음으로써 균형을 맞춘 셈이 됐다.

이번에 간송미술관이 제공하는 훈민정음 해례본 등 80여점 작품의 보험추정가액은 1조원대. 그동안 DDP에 쏟아 부은 1조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박 시장의 계획대로 DDP가 창조의 공간이 되려면 오 전 시장이 진행하다 '망작'이 되고만 세빛둥둥섬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11년 당시 민자사업으로 시작된 세빛둥둥섬은 '호화모피쇼'라는 공공성과 유리된 이벤트로 개관을 알리려다 국민적 지탄을 받는 애물단지가 됐다. 세빛둥둥섬의 빛나는 외피는 결국 오 전 시장이 내세운 '디자인 서울'의 너덜너덜한 거죽이 되고 말았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간사는 "DDP는 기본적으로 동대문 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해야 한다. 그것은 시민과 함께 하는 동대문 야구장, 한양성곽의 역사"라며 "여기에 시민이 충분히 접근가능한 콘텐츠를 채워넣어야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박 시장도 DDP 성공의 척도로 콘텐츠를 꼽았다.

박 시장은 지난 24일 시청출입기자들과 DDP를 둘러본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 신청사가 최악의 건물 중 하나로 꼽혔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굉장히 사랑하는 곳"이라며 "서울 신청사처럼 콘텐츠로 승부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나아가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으로부터 시작된 DDP가 박 시장에 이르러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더듬어 보는 것은 이전 시장의 시정철학과 현 시장의 시정철학이 어떤 식으로 충돌하고, 구분되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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