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4개월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상봉신청조차 못하는 80대 할아버지의 아픈 사연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51년 1·4후퇴 당시 친구들과 함께 남한으로 피난 나오면서 부모와 8명의 형제들과 헤어진 K(82.강원 고성) 할아버지는 "그날부터 고향의 부모와 형제들을 한시라도 잊지 못한 채 60여 년을 살아왔다"며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고 했다.
고향이 함경남도 탄천인 K할아버지는 "고향에 두고 온 부모 형제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을에 일찍 잠드는 습관이 들었다. 하지만 고향을 버리고 온 죄 때문인지 지금까지 단 한번도 꿈에서 만나보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통일이 되면 빨리 달려가 부모님과 형제들 만날 생각에 최북단마을인 이곳에 짐을 풀고 살아 온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늘 북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이산가족 상봉단 버스행렬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잇을까 하는 기대감에 살고 있지만 이제 얼마남지 않은 나이인데…어머니 못난 자식을 용서주세요"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 같은 애절한 부모님과 형제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평생을 보낸 K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왜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혹, 고향에 두고 온 부모와 형제들에게 해가 될까 신청을 못하고 잇다"며 "지금까지 부모님을 모시지 못한 죄인이 또 죄를 지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고향을 찾으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겠느냐 묻자 "부모님 묘소를 찾아 며칠간 실컷 목 놓아 울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