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25.9%→-11.0%→-4.9% 축소 영향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7% 오르며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상승폭은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경유 등 가격 하락폭이 줄었고 폭염과 태풍 등으로 사과 등 신선과실 물가는 상승한 영향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이는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5.7%)부터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이어갔다.
이후 2월(4.8%), 3월(4.2%) 4%대에 이어 4월(3.7%), 5월(3.3%)에는 3%대까지 둔화했다가 6월(2.7%)과 7월(2.3%)부터는 상승률이 2%대로 축소됐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하락폭이 둔화되면서 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3.4%) 3%대에 진입한 뒤 2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지난달(-11.0%) 대비 석유류 하락폭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분이 서비스 물가 하락분으로 상쇄됐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4.6%, 2.9%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3.7%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 가격은 7.2% 상승했다. 이는 작년 10월(7.3%)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다만 전년도 고물가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으로 채소류는 전년대비 5.7% 하락했지만 폭염과 태풍 영향으로 전월 대비로는 4.1% 상승했다.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사과(54.8%), 쌀(14.5%), 토마토(30.0%), 복숭아(40.4%), 고구마(16.4%) 등이다.
하락한 품목은 배추(-35.2%), 무(-26.9%), 마늘(-13.3%), 호박(-17.8%), 버섯(-9.0%) 등이다.
축산물은 닭고기(12.9%) 가격이 상승했으나 국산쇠고기(-5.4%)와 돼지고기(-1.4%) 가격이 하락하면서 1.6% 내렸다.
수산물은 고등어(7.5%) 등이 오르면서 3.5%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3.4% 상승했다. 빵(5.8%), 우유(9.3%), 커피(13.2%) 등 가공식품은 5.8% 올랐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4.9%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7월(-25.9%), 8월(-11.0%) 대비 하락폭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경유(-10.2%), 등유(-13.8%), 자동차용LPG(-14.9%)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 이달 물가에 대한 석유류 기여도는 -0.25%포인트(p)다. 이는 7월(-1.49%p), 8월(-0.57%p) 대비 대폭 줄어든 것이다.
전기료(20.3%), 도시가스(21.5%), 지역난방비(33.4%) 등이 모두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9.1% 상승해 지난달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1.8% 올랐다. 유치원납입금(-9.1%), 국제항공료(-6.5%) 등은 내렸지만 택시료(20.0%), 시내버스료(8.1%) 등에서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4.2% 올라 8월(4.3%) 대비 오름폭을 축소했다. 외식 물가는 4.9%, 외식 제외 물가는 3.6% 각각 상승했다.
외식 물가는 2021년 12월(4.8%) 이후 21개월 만에 최저 상승했다. 외식 제외 물가는 작년 5월(3.5%)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을 보였다.
집세는 월세(0.8%)는 올랐으나 전세(-0.3%)가 내리면서 0.2% 상승에 그쳤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4.4% 상승했다. 상승폭은 지난 3월(4.4%) 이후 가장 컸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올랐다. 이는 지난 3월(7.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신선과실이 24.4% 상승하면서 2020년 10월에 25.6%를 기록한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으나, 1월(5.0%)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지난달과 같은 3.3%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10월에는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시차를 두고 이어지겠으나 수확기를 맞아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되면서 소비자물가는 안정흐름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주요 품목 수급 및 가격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서민 장바구니 물가의 조속한 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